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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May 19. 2019

[영화] '논-픽션'을 바라보는 시각

빨강과 파랑이 버무려진 보라색이 우리의 인생

영화 '논픽션'


- 이 영화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한 시사회로 관람을 하였습니다.


- 영화 '논-픽션'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모든 픽션은 어느 정도 자전적이다.'


픽션은 소설(novel)로 구분이 되는 문학 텍스트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이 된다. 하지만 픽션이라는 단어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설명하는 하부 개념으로 사용하기에는 대단히 애매하고 모호하다. 픽션이라는 말이 대체로 산문 형식의 문학 텍스트를 지칭 하지만 사실 픽션은 산문과 운문 모두를 통칭하고 있다. 픽션의 어원이 '허구', '형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픽션은 문학 텍스트를 창작하는 방법에 대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픽션은 어느 정도 자전적이다.'라는 대사는 완전히 '허구적인' 문학 텍스트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어 주었다. '픽션이 어느 정도 자전적이다'라는 뜻은 픽션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개인적인 경험'이 픽션에 담긴다는 뜻이다. 즉 완전히 허구적인, 개인의 경험을 배제한 픽션은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를 구성하는 것은 우리가 자라온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수많은 경험들이 자신의 가치관, 성격, 취향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들은 자신도 모르게 문학 텍스트에 스며들 것이다.


그렇다면 픽션의 반대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영화 제목인 '논픽션'은 무엇일까? 픽션이 문학 텍스트의 장르를 지칭하는 용어라면 논픽션은 조금 더 포괄적인 용어이다. 논픽션이 문학뿐만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즉 '사실성' 혹은 '사실적'이라는 행위 자체를 나타내는데 쓰인다.


문학이라는 범주로 좁혀서 논픽션을 정의하면 '사실(실제)을 주체로 한 기록적 성격을 지닌 표현력에 의해 감동을 줄 수 있는 문학적 가치를 지닌 문학 장르'라고 한다. 


2. 과연 나의 인생은 '자전적'인가?


영화 '논픽션'을 보다 보면 자신의 인생이 순전히 자신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혼자 살아가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에 어느 정도 타인이 개입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고 타인과의 관계가 깊을수록 자신의 인생의 많은 부분이 곧 타인의 인생일 것이다.


영화 '논픽션' 스틸컷

하지만 타인의 개입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나의 인생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경우는 타인과 맺은 관계로 인해 일정 부분 자신의 인생을 타인과 공유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와는 다르게 자신의 인생이지만 '남이 만들어낸 인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경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부모님들의 강요로 인해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된다. 


중심축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며 결국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은 훗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주체적이지 못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은 '나'는 조연이고'남'이 주인공인 인생이다. 자서전을 써 내려간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 불가할 것이다.


3.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 미묘한 경계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어느 순간 나는 겨우 뒤쫓아가고 있었다. 문명의 발달 속도를 느낄 수 있는 건 직접 체감했기 때문이 아닌 주위의 변화를 통해서였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 중 하나인 종이책과 전자책 논쟁도 이와 비슷하게 주위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다. 지하철을 타면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전자책들을 읽는 풍경을 마주하는 것들을 통해서 말이다. 수백 권의 책을 담은 차가운 e-book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종이책이 주는 특유의 매력이 더 이상 향기로 다가오지 않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쩌면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


영화 '논픽션' 스틸컷

결코 전자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전자책도 전자책 나름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자책을 통해 조금 더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생산,  유통 과정을 생략하고 출판이 되는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서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고 종이책 값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장단점을 따지기에는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중이다.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는 흐름에 맡긴다면 우리는 좀 더 균형 잡힌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글쓰기는 어떨까? 과거에 비해 온라인에 친숙해진 세대가 도래하였고 이는 글쓰기에도 많은 변화를 불어왔다. 먼저 오프라인에서의 글쓰기는 자신이 노력을 통해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글이다. 반면 온라인 상에서의 글쓰기는 불특정 다수에게 손쉽게 자신의 글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글을 평가받거나 실력을 늘리기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온라인 글쓰기라는 것이 사뭇 가볍고 감성을 자극하는 짧은 글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이고 무거운 내용의 글이 줄어들어 다양성을 잃어가는 것은 안타깝다.


4. 마치며


영화 '논-픽션'은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어 보라색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 생각한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대립을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궁극적인 공존을 도모했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동시에 다른 누구가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들의 2개의 삶을 분리된 삶이 아닌 결국 하나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어느 정도 대립이 되는 2가지가 섞여서 새로운 색깔을 보이는 것이 결국 우리의 인생이자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치 자서전이지만 동시에 소설인 것이 우리의 인생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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