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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Jun 04. 2019

[영화] '파리의 딜리리'가 그려낸 유채색의 파리

무채색의 파리에 색깔을 입힌 딜리리

영화 '파리의 딜리리'


- 이 영화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한 시사회로 관람을 하였습니다.


- 영화 '파리의 딜리리'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천진난만한 딜리리가 본 세상은 동화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미셀 오슬로' 감독은 프랑스 예술의 전성기였던 '벨 에포크' 시대를 카나키인 소녀 '딜리리'의 여정을 통해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영화 '파리의 딜리리'는 천진한 꼬마 숙녀인 딜리리와 프랑스 파리의 배달부인 오렐이 함께 악당 '마스터 맨'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를 겪는 줄거리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파리의 딜리리' 스틸컷


단순히 전체관람가인 애니메이션 영화이기에 뻔한 권선징악의 메시지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영화 '파리의 딜리리'는 권선징악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시각으로 '벨 에프코' 시대의 명과 암, 그리고 아직도 만연해 있는 차별들을 교묘히 풍자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라 할 수 있다. 천진하고 때 묻지 않은 딜리리의 두 눈으로 본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는 아름답기만 하지 않았다는 감독의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화려한 색감처럼 명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2. 다름과 틀림, 틀림을 다름으로 바꾸기 위한 용기.


영화 '파리의 딜리리'를 관통하는 주된 메시지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 그리고 이와 같은 불평등을 극복해나가기 위한 용기와 행동이다. 표면적으로 소년, 소녀 주인공이 악당 '마스터 맨'에게 붙잡혀간 여자 아이들을 구하는 이야기가 전부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왜 '여자 아이들'인지, 타국에서 온 딜리리를 바라보는 시각, 현대에도 큰 문제인 저널리즘의 폐해등이 담겨있다. 


영화 중간중간 툭하고 튀어나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은 과거에 당연시되었기에 더욱 냉혹했고 비인간적이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적인 발언에도 주눅 들어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딜리리의 모습을 통해 차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당당한 태도와 잘못을 지적할 용기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화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마스터 맨'은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을 지칭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슬람의 교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을 해 탄생한 극단주의자들이 자행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학대를 충격적인 장면들로 보여주었다. 여성들을 '네발'이라고 부르며 '네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성들에게 두발이 아닌 네발로 기어가도록 훈련시키는 장면은 아름답고 화려한 초반의 애니메이션에 심취해있던 나의 머릿속을 쿵하고 때렸다.


영화 '파리의 딜리리' 스틸컷


'마스터 맨'은 여성들의 교육과 사회적 진출을 극도로 증오했기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세상을 바꾼다는 악마적인 신념을 가졌다. 이 같은 신념으로 인해 어린 여자 아이들을 납치를 했고 비인간적인 행태를 자행했다. 그리고 당연히 딜리리 또한 여자 아이였기에 '마스터 맨'의 표적이 되어 납치가 되었다. 


하지만 딜리리는 달랐다. 잡혀간 여자 아이들은 '마스터 맨'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대우와 훈련을 하루하루 견뎌내고 있었지만 딜리리는 부당함을 정면으로 맞서 싸웠고 훈련을 하던 도중 자신의 의지로 하수구로 몸을 던졌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의 메시지가 제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불평등과 불합리를 맞서기 위해서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표현해주었다.



3. 시각적 아름다움과 강렬한 색감으로 그려낸 '벨 에포크' 시대


영화 '파리의 딜리리' 스틸컷

영화 '파리의 딜리리'의 배경은 앞서 말했듯이 프랑스 예술의 전성기라 불리는 '벨 에포크' 시대이다.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 80년 동안 혁명과 폭력, 정치적인 격동기를 치른 후 프랑스 파리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풍요와 평화를 누렸던 시대를 의미한다. 


'벨 에포크' 시대는 예술과 문화가 번창하였고 파리의 거리에는 우아한 복장을 한 신사 숙녀가 넘쳐흘렀다고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선명한 색채,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로 유명한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1889년, 1890년의 세계박람회, 파리의 에펠탑, 알렉상드르 3세의 다리, 그랑·프티 팔레 궁, 첫 번째 지하철 노선의 개통 등 이 모든 것들이 프랑스 예술 문화의 전성기를 증명한다.


영화 '파리의 딜리리' 스틸컷


이 외에도 프랑스어로 '붉은 풍차'를 뜻하는 '물랑 루주'와 레스토랑 '맥심'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이 번창한 시기였다. 하지만 '벨 에포크'시대도 잠시 대내외적으로 외교, 경제에서 쇠퇴와 핍박이 계속되었고 사라예보에 울려 퍼진 총성으로 인해 찬란한 '벨 에포크'시대는 끝나게 된다. 이와 같은 유래 없는 문화, 예술이 번창했기에 1900년대 초의 파리를 아는 사람들은 한없는 애착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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