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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Jul 08. 2019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바라본 유쾌한 시선

8명의 남자들이 그려낸 화려한 콜라주 작품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포스터


- 이 영화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한 시사회로 관람을 하였습니다.


-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콜라주 작품'을 만든 남자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쉽게 공감하기도 도와주기도 힘들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각자만의 상처를 숨기거나, 드러내거나,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렇듯 삶아온 방식, 과정이 다른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냈기에 감동은 배가 되어 다가왔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컷


  하나의 팀이라는 것은 서로 비슷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개성이 유지가 되면서 하나의 팀을 이루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색깔과 향을 풍길 수 있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주인공들이 점점 발전해나가며 마침내 완성된 발레 연기를 선보였을 때 하나의 완성된 콜라주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콜라주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콜라주 작가 Andre Bergamin의 콜라주 작품


  이들은 상대를 비판적으로 보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로랑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태도가 팀의 분열을 이끌뻔했을 때는 로랑을 다그치긴 했지만 그 상황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상대를 '틀리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다른' 개인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서로를 존중할 수 있었기에 보다 불평이 있더라도 꾸준히 연습을 할 수 있었고 마침내 하나의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 '편견'에 도전하는 남자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더욱 색달랐던 이유는 바로 사회의 편견에 정면으로 마주 섰다는 것이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인물들이 도전한 스포츠는 바로 '수중 발레'이다. 수중 발레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라고도 불리는 수영 경기의 하나로 음악에 맞추어 헤엄치면서 기술과 표현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종목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볼거리를 위한 수중 공연에서 스포츠 형태로 발전하였는데, 그 원형은 8세기경 아시리아 궁전의 벽화에 묘사된 수중 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컷


  하지만 놀랍게도 수중발레는 19세기 말 남성들이 시작한 스포츠였다. 처음에는 남성들이 물속에서 원무를 추는 예술 수영의 형태로 시작하였고, 1891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최초의 대회도 남성들만 참가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가 남성보다 부력이 더 좋고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점 등의 미적 요소가 강조되는 특성으로 인하여 여성에게 더 적합한 스포츠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여성들의 스포츠가 되었다.


'수중 발레'는 여자들의 스포츠란 인식이 강하다.


  남성의 스포츠였다가 여성의 스포츠로 바뀌어진 '수중 발레'에 도전하는 8명의 남자들이 사회에 뿌리 박힌 '수중 발레'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가족들마저 그들의 열정을 온전히 응원해 주지 못했다. 사춘기 또래인 그들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기까지 했다. 가족들도 달갑지 않아 할 정도인 것만 봐도 주변의 시선은 더욱 냉담하고 조롱에 가까웠다. 


  근래 들어 다양한 편견에 맞서 싸우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반대하거나 인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약 900만 명을 동원한 디즈니 실사영화 '알라딘' 흥행도 '재스민 공주' 인기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작보다 한층 더 강한 인물로 재탄생한 재스민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술탄이 되고 싶어 한다. 영화 '알라딘'의 ost로 유명한 노래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통해 "나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재스민 공주의 다짐이 드러난다.


영화 '알라딘' 스틸컷


  디즈니·픽사의 '토이 스토리 4' 속 보핍 역시 과거의 시리즈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3편에서 우디의 다소곳한 장난감이었던 보핍은 4편에서는 치마를 벗어던지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보핍은 누군가에게 종속된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디에게 더 자유로운 삶이 있음을 알려준다.



3. 두 명의 코치로 더욱 '아름다워진' 남자들


  아무리 8명의 남자들이 의지가 강하다 해도 그들의 열정을 실력으로 보여줄 코치가 있었기에 그들의 도전은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극과 극의 성향을 보이는 '시를 읊는 낭만 코치' 델핀과 '열혈 스파르타 코치' 아만다는 물과 불처럼 팀원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도를 해나간다. 


  8명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두 명의 코치 역시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다. 시를 읊어주며 팀원들을 부드럽게 코치하는 델핀도 알코올 중독과 이런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 준 전 남자 친구를 잊지 못한다. 그녀도 상처가 아물었다고 생각했지만 전 남자 친구가 찾아와 자신을 고소한다고 했을 때 아물었던 상처는 터져버렸고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영화 '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컷


  이렇게 무너진 '델핀'을 대신해서 8명의 남자들을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혈 스파르타 코치인 '아만다'가 코치를 했다. '아만다'의 등장으로 열정만 넘치지만 실력이 부족했던 오합지졸 수중 발레팀은 점차 모습을 갖추어갔다.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아만다'는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만다'가 영화의 재미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 무엇보다 '아만다'라는 인물이 빛날 수 있었던 점은 바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장애를 무색하게 만드는 자신감과 열정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자신의 꿈을 강제로 포기하게 된 '아만다'였지만 그녀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꿈을 이어나가기보다는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누군가의 꿈을 키워주는 어찌 보면 더욱 보람찬 인생을 살고 있다. 항상 자신감에 차있는 '아만다'였기에 '아만다'는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고 그녀가 타고 있는 휠체어는 나중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극과 극의 두 명의 코치를 통해 8명의 남자들은 남자들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남자가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건 불타는 열정이 꺼지지 않게 계속해서 의지를 북돋아주고 발전을 시켜준 그들의 영원한 버팀목인 두 명의 코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4.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래서 더욱 멋진 남자 '시몽'


  8명의 남자들 모두 각자만의 개성이 있지만 가장 감정을 이입해서 본 남자는 바로 '히트곡이 전무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로커 시몽'이었다. 8명의 남자들 중에서 가장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믿고 꾸준히 무대에 올르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시몽'이었기에 그거 너무 멋있어 보였고 존경스러웠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틸컷


  하지만 영화는 끝내 '시몽'이 로커로서의 성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다만 수중 발레팀의 연기를 통해 그가 그동안 받지 못했던 스포트라이트와 찬사를 대신 받게 해 주었다. 수중 발레 연기중 기타를 치는 듯한 모션을 취하는 연기를 넣어 락스타 시몽의 꿈을 재현해주었다. 그렇다고 '시몽'이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고 보면 안 된다. 수중 발레팀의 성공으로 그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 같은 자신감을 발판으로 진정한 락스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캠핑카 안에서 꿈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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