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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Jul 16. 2019

[영화] '롱샷'을 바라본 흐뭇한 시선

자극적인 맛이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빅맥 세트

영화 '롱샷' 포스터


- 이 영화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한 시사회로 관람을 하였습니다.


- 영화 '롱샷'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매우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영양 만점 빅맥 세트


  베이비(?)와 베이비시터의 만남에서부터 B급의 냄새가 풍겼다. 단순히 저질의 B급 느낌을 말한 것이 아니다.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맥도널드의 '빅맥'을 매우 정성스럽게 만들어 한 입 베어 먹은 느낌의 영화였다. 전형적인 B급 스토리와 전개 속에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 '롱샷' 스틸컷


  영화 '롱샷'은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부조리, 정치인들의 허울뿐인 공약과 그들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와 환상 등을 '웃음'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즉 '롱샷'을 단순히 킬링 타임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B급 코미디 영화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건강과는 매우 멀어 보이는 자극적인 맛을 지녔지만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가득한 그런 이상적인 '빅맥'이 바로 영화 '롱샷'이다.



2. '다르다'와 '틀리다'


  20년 전 베이비시터가 현재 최연소 대선후보라면 무슨 느낌이 들까? 베이비 시터와 같이 직접적인 관계가 아닌 단순히 어렸을 때 앞 집에 살던 누나가 어느 날 대선 후보가 된다면 매우 놀랄 것이다. 환경에 관심이 많고 학생회장에 도전할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며 자신에게 한 없이 친절한 천사 베이비 시터가 훗날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있고 차기 대선까지 노린다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엄청난 거리감을 느낄 것이다.


  엄청난 거리감을 느끼듯이 '프레드 플라스키'와 '샬롯 필드'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용감히 사표를 제출했지만 거대 미디어에 희생당한 실직자 '프레드'와 대조되게 '샬롯'은 국무장관을 넘어서 최연소 여자 대선후보로 바로 보는 그들의 삶은 '다르다'라는 단어만으로 표현을 하기 부족하다.


영화 '롱샷' 스틸컷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플라스키와 샬롯의 관계를 바라보는 두 명의 상반된 시선이었다. 바로 프래드의 절친 '랜스'의 시선과 프레드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샬롯의 대쪽 같은 대변인 '매기'의 시선이다. 랜스는 프레드의 어렸을 적 베이비시터가 샬롯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샬롯에게 먼저 다가가라고 권유를 한다. 샬롯을 국무장관으로만 보지 않고 프레드의 어렸을 적 베이비시터로 본 것이다. 프레드가 기가 죽고 자신감이 없을 때 랜스는 샬롯을 그저 '다른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라고 용기를 심어주었다. 랜스에게 샬롯 국무장관도 대선후보도 아닌 그저 프레드가 사랑하는 보통의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반면 '샬롯'의 대쪽 같은 대변인 '매기'는 '프레드'와 샬롯을 서로 '틀리다'라고 봤다. 샬롯과 프레드의 관계를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로 봤으며 심지어 프레드를 샬롯의 창창한 미래를 방해하는 걸림돌로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샬롯은 미국을 이끌 지도자였고 프레드는 수많은 실직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후보를 '지키기'위해 여론조사를 가장해 둘의 관계를 대부분의 국민이 '틀리다'라고 볼 것이라고 말을 하기에 이른다. 


영화 '롱샷' 스틸컷


  우리는 종종 '다르다'와 '틀리다'를 동일하게 사용을 한다. 동일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편견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틀림으로 인식을 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끝없는 차별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잠시나마 프레드와 샬롯은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자신들의 관계가 '틀렸다'라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서로의 다름을 닮음으로 만들어가는 기적을 보여줌으로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3. 내가 아닌 남들의 시선으로 산다는 건?


  정치인들은 딱딱하면서도 부드럽다. 완벽하면서도 어설프다. 왜냐하면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터 샬롯은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자신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점수로 환산해 보다 '이상적인' 대선 후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유머 부분의 점수를 높여야 했고 이를 계기로 프레드가 샬롯의 선거 캠프 연설문 작가로 들어오게 된다.


  대중의 시선을 가장 의식하는 직업은 연예인과 정치인이다. 대중, 즉 국민의 선택에 따라 정친인들의 당선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곧 연예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과 맞지 않을지라도 억지로 가면을 쓰고 철저히 꾸민다. 오죽하면 캐나다 총리는 자신의 웃음이 재수 없다는 이유로 웃음을 통제받는다. 샬롯 또한 사소하지만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위해 꼬치를 뜯어먹지 못하고 숨어서 뜯어먹는 등 일정 부분의 샬롯을 숨긴 채 살아간다.

영화 '샬롯' 스틸컷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샬롯은 그동안의 중압감과 부담감을 잠시 던져버리고 프레드와 같이 일탈 아닌 일탈을 경험한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살짝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는 마약을 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대선 후보로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샬롯은 일탈을 통해 잠시나마 전혀 새로운 행복을 경험했고 갑자기 발생한 위기 상황 또한 약(?)의 힘을 빌려 비현실적이지만 재치 있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다.


영화 '롱샷' 스틸컷


  샬롯이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본모습만을 숨긴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욕구를 남들보다 더 억압했을 뿐이다. 하지만 계속 억압을 하는 것은 샬롯 본인에게 매우 힘들 것이다. 1분 1초 단위로 나누어져 있는 꽉 차있는 하루 속에서 잘 차려입은 무거운 책임이라는 정장을 잠시 벗어두고 소위 말하는 '막사는' 프래드의 재킷과 뒤집어쓴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샬롯은 행복해 보였다.



4. 서로 다른 그들이 만들어낸 불꽃놀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두 가지 화학 물질이 접촉하는 것과 같다.
어떤 반응이 일어나면 둘 다 완전히 바뀌게 된다. - 칼 융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들어낸 사랑은 불꽃놀이처럼 강렬하고 짜릿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어울렸을 때 느껴지는 이름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끔찍한 혼종'이라는 말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두 가지 이상의 것들을 혼합을 한 모습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영화 '롱샷' 스틸컷


  영화를 보기 전까지, 또한 영화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이 둘의 관계를 '끔찍한 혼종'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이질적인 두 사람이 사랑으로 이루어졌을 때 만들어지는 것은 '끔찍한 혼종'이 아닌 '아름다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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