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Injury Reserve'
2013년에 결성된 3인조 힙합그룹인 'Injury Reserve'는 동명의 첫 정규 앨범을 2019년에 발표했다. 전위적이고 해체주의적인 사운드로 가득 찬 '매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옷들이 연상되는 앨범이다.
힙합 장르만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3인조 힙합그룹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에픽하이'가 있다. 그리고 '에픽하이'가 2MC, 1DJ의 체제를 선택한 건 같은 구성의 3인조 힙합그룹인 'Dialated People'에서 따왔다고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3인조 힙합 그룹은 독특한 형태다.
얼터네이티브 힙합을 지향하는 'Injury Reserve'는 2명의 래퍼와 1명의 프로듀서로 구성되어있다. 래퍼인 'Stepa J. Groggs'와 'Ritchie With a T', 그리고 프로듀서 'Parker Corey'로 3인조 힙합그룹이다.
The oddball Phoenix rap trio
피치포크는 이들을 'The oddball Phoenix rap trio'라고 표현했다. 해석을 하자면 '피닉스 출신의 괴짜 3인조 랩 그룹'이다. 표현대로 이들의 노래는 기괴하다고 느끼기 충분하다. 불규칙하면서도 구조적인 이들의 음악은 힙합 장르에 해박한 리스너라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독특한 보컬 샘플이의 반복, 뭉개지면서 고막을 짓이겨버리는 베이스 등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전위적인 사운드는 이들의 개성을 담고 있다.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Parker Corey의 전위적이면서 구조적인 비트와는 대조적으로 Stepa J. Groggs와 Ritchie With a T의 랩은 정석적이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랩은 미쳐 날뛰는 비트를 잠재우면서 동시에 비트를 더욱 부각해준다.
앨범 해체
1번 트랙부터 예사롭지 않다. 정체불명의 보컬 샘플이 일정하게 반복되면서 앨범의 시작을 알린다. 단조로운 드럼과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트럼펫 샘플 등 트랙이 담고 있는 소리들이 하나로 모여 조화와 부조화의 경계를 아슬하게 줄 타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소음의 사전적 정의는 '시끄러워서 불쾌함을 느끼게 만드는 소리'이다. '불쾌함'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 포함된 정의이다. '향기와 냄새', '발효와 부패'도 불쾌함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듯이 3번째 트랙인 'GTFU'은 누군가에겐 소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소음을 예술화 시켰다는 느낌을 선사해준 트랙이다. 트랙의 중반을 넘어가면 이질적일 정도로 감미로운 샘플로 비트가 구성이 된다. 분노에서 평온으로의 감정의 변화가 엿보이는 트랙으로 이러한 이질적인 조화로 인해 트랙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타이틀곡인 'Jailbreak the Tesla'는 '내 테슬라를 해킹하라는' 다소 어이없는 가사가 반복되는 후렴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피처링으로는 작년에 내한한 'Aminé'가 참여했다. 주문을 외우듯이 반복적인 후렴과 다른 트랙들에 비해 비교적 단조로운 비트로 인해 느슨해질 뻔한 긴장감을 Aminé의 재치 있는 가사와 플로우로 보완했다.
Your engine go "Vroom"
네 차 엔진이 "부릉"할 때
and my engine go-
내 엔진은
Elon on them shrooms
일론은 약 빤 게 분명해
And Grimes' voice gon' be the GPS (Turn left)
GPS는 Grimes 목소리로 할 거야 (좌회전하세요)
This shit ain't too shabby, huh?
이 정도면 꽤 나쁘지 않잖아
Zero to that 60, huh?
0에서 60 찍는 속도 봐
You don't need to gas me, nah
기름 채울 필요도 없잖아
I rip them doors off 'cause I'm flashy, bi**h
나는 자랑하는 거 좋아해서 문도 활짝 올리고 다녀 인마
(Jailbreak the Tesla) F**k around, get ghost
(해킹해 내 테슬라) 그러고 좀 놀다가 사라져
And I make six folds, might do a lil toast
내가 버는 돈이 6자린데, 축배 한 잔 정도야 뭐
(Jailbreak the Tesla) Drop-top X and it's better than-
(해킹해 내 테슬라) 뚜껑 열리는 X 너무 좋아
추천곡
02. Jawbreaker
03. GTFU
05. Jailbreak the Tesla
08. Wax On
09. What a Year It's Been
세련됨을 담은 앨범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그만큼 개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강한 개성은 누군가에겐 세련됨으로 다가온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진부하지도 않은 이들의 음악은 세련됨을 겸비하고 미국 평단과 힙합씬의 주목을 받으며 얼터네이티브 힙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Injury Reserve'의 북미 투어에 한국 힙합 그룹인 'XXX'가 오프닝 게스트로 합류해 2019년 10월 6일 콜로라도 덴버 공연부터 10월 18일 캘리포니아 산타 아나 공연까지 함께 투어를 진행했다.
'XXX'에서 랩을 담당하는 래퍼 '김심야'는 자신은 세련된 음악을 한다고 자주 말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피처링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김심야가 Injury Reserve의 투어 오프닝 게스트로 합류했다는 건 김심야에게도 이들의 음악이 매우 세련됐다는 뜻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