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비가 내리면 우산을 펼치고 물웅덩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바람까지 불면 비릿한 비의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당할 수밖에 없다'. 비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피할 수 만 있을 뿐.
세상은 정의로운가?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생각보다 성숙한 시민들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보면 인간으로 보기 조차 힘든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오히려 이러한 사람들이 더욱 눈에 띄고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자칫 우리 사회를, 우리가 힘겹게 세운 정의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의롭다'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행동이 정의롭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 나의 행동을 다수가 정의롭다고 하면 과연 정의로운 건지? 등의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정의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예민해진다. 예를 들자면 백인 경찰 손에 10대 흑인 소년이 목숨을 잃은 경우에 더더욱 예민해진다. 과연 백인 경찰의 선택은 정의로웠던 것인가? 더 나아가 과연 이 사회는 정의로운 것인가?
Nas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 앨범은 너무나도 큰 기쁨과 기대를 주었다. Nas라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한창 Nas에 미쳐있을 때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음악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관여를 하지만 Nas의 앨범은 좋고 나쁨의 구분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대부분의 리스너들이 'Nas니까 들어야지'라고 생각할 것이라 확신한다.
'참신했다, 새로웠다, 뭔가 달랐다.' 이 3가지 표현이 오랜만에 발표한 Nas의 앨범에 대한 간략한 느낀 점이다. 과거의 Nas와는 같으면서도 달라 보이는, Kanye West가 프로듀싱한 만큼 Kanye West의 색깔도 엿볼 수 있는 Nas 커리어에 기록될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고 본다. 처음 앨범 전체를 듣고 과거의 Nas나 대부분에게 익숙한 Nas를 생각하고 듣는다는 리스너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느낌을 받은 리스너들이 생각보다 많은지 Nas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혹평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이러한 반응들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가 '참신했다, 새로웠다, 뭔가 다르다.'라고 느낀 점은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순간 '낯설다, 이상하다, 거부감이 든다.' 로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Nas에 대한 여러 가지 평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고 이러한 반응들이 이번에 Nas가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반대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다고 본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 다면 자기 자신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선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자기에게 이 옷이 맞지 않기 때문에 입었다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자기 자신과 새로운 개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에게 애초 맞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의 한계를 생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선택함으로 창의적인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게 되고 이것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적립하게 된다면 그 순간에는 맞지 않아 보였지만 알고 보니 나에게 맞는 옷일 수 있기 때문이다.
Nas의 이번 앨범은 Nas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다고 본다. Kanye west의 프로듀싱이 더해져서 그런지 Nas만의 색깔이 옅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스트릿 패션만 주로 입던 사람이 반대로 격식을 차려서 입는다면 인상과 분위기조차 바꿀 수 있듯이 자기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이 아닐 수 있는 Kanye west의 '스타일링'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오히려 익숙하면 별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낯설기 때문에 다시 돌아보고 한번 더 들었다.
02. Cops Shot The Kid (Feat. Kanye West)
05. everything (Feat. Kanye West & The-Dream)
먼저 2번 트랙을 꼽은 이유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총기 관련 이슈와 더 나아가서 인종차별적인 이슈까지 거침없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Nas는 과거에도 여러 사회적인 이슈를 멋진 랩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 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를 강타하는 사회적인 이슈를 타이트한 랩과 반복적으로 노래 제목을 읊조리는 비트로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흑인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가사로 담았다. 제목만 봐도 직관적으로 노래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있듯이 제목이 주는 느낌은 강렬하다. 이러한 제목을 단순히 제목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Nas의 비트는 반복적으로 노래 제목인 'The cops shot the kid'를 읊조린다. (여기서 'The cops shot the kid'는 Slick Rick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클래식 "Children's Story"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이 보컬 샘플은 Nas의 랩을 반쯤 묻어 버릴 정도로 노래에서 지배적이다. 나조차도 Nas의 랩과 겹쳐서 살짝 거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거슬림을 Nas가 노린 것일까? 반복적으로 나오는 'The cops shot the kid'가 트랙 전체를 꿰뚫는 핵심이기 때문에 거슬리더라도 의도적으로 넣은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귓가에 맴도는 것을 보면 '경찰이 흑인 소년을 쐈다.'는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Nas의 메시지 전달은 성공적이다.
이어서 5번 트랙을 꼽은 이유는 처음 느낌은 '가장 Nas답지 않는 트랙'이었지만 가사를 음미한 후 '가장 Nas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Nas의 첫 소절은 트랙의 2분 15초가 되어야 시작이 된다. 랩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피처링인 Kanye West와 The-Dream의 코러스로 채워져 있다. 처음 2분 동안 그리고 비트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듣는 순간 그저 Kanye West 스럽다만 맴돌 뿐이어서 살짝 당황했다. 그리고 Nas의 랩이 시작이 되었고 묵직하게 이어갔지만 큰 임팩트를 느끼지는 못했다. 여기다 더해서 트랙의 길이는 7분이나 되었고 Nas의 소절이 3개나 되었긴 했지만 Kanye West와 The-Dream의 코러스가 거의 5번이나 나오는 등 트랙이 끝난 후 Nas의 존재감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엔 Kanye West와 The-Dream의 코러스가 맴돌 뿐 Nas가 오히려 피처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가사를 본 순간 그리고 다시 한번 트랙을 들어본 후 Nas의 미국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멋지게 풀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묵직한 Nas의 랩은 자신의 메시지에 무게감을 더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했고 단순하지 않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사는 자신이 느끼는 부조리함을 포괄적으로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소절에 자신의 성공을 담음으로 흑인들이 큰 변화를 만들어 이 같은 부조리함을 타파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으며 멋지게 마무리를 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나 슬픔과 아무 상관이 없다면, 그런 예술 따위란 무엇이란 말인가?' - 아이웨이웨이
아이웨이웨이는 행위와 개념미술을 통해 중국 및 각국의 사회문제에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예술을 통한 풍자와 해학의 달인인 아이웨이웨이는 예술가라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뽑은 저 2개의 트랙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흑인 사회에 대한 부당함이다. Nas는 예술가로서 가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거침없이 비판을 했다는 점에서 아이웨이웨이가 주장한 '예술'의 정의와 어느 정도 상통한다고 본다. 2번 트랙을 통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만든 무능한 경찰들을 꾸짖었고 5번 트랙은 'Nas답지 않음'을 느낀 비트 위에 멋지게 'Nas다움'을 표현해 또 한 번 감동을 선사했다. 예술가로서 사회문제를 직설적이게 꼬집은 가사와 새로움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잃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위 2개의 트랙이 가장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