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조니 미첼(삶을 노래하다) 서평

규정되기를 거부하던 아티스트의 초상을 담은 책

by 하잎
책 조니미첼.jpg <조니 미첼(삶을 노래하다)> 을유문화사
저자 데이비드 야프
역자 이경준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20.02.25


책 <조니 미첼(삶을 노래하다)>는 날 것의 조니 미첼을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게 해준다. 규정되기를 거부하던 아티스트의 초상을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해체한 책으로 인간 조니 미첼과 그녀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도구를 제공해준다. 전기라는 것은 자서전과는 다르게 타자의 시각들이 콜라주 작품처럼 붙여지며 하나의 형태로 완성된다. 아티스트가 보는 세계와 팬이 보는 세계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각자의 시각을 조율해가며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담기엔 680쪽은 부족하다. 더욱이 20세기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의 인생은 여러 권에 걸쳐 집필돼야 마땅하다. 약 700쪽으로 압축된 책 <조니 미첼(삶을 노래하다)>는 그녀의 수많은 지인들로부터 수집한 생생하면서도 주관적인 인터뷰로 짜인 한 편의 서사다.


조니 미첼을 처음 알게 된 건 2015 생로랑의 캠페인 모델로 선정되었을 때다. 조니 미첼이 입고 있는 에스닉 느낌의 포크 스타일 튜닉, 그리고 가죽 케이프는 에디 슬리먼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고 한다. 20세기 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그녀를 향한 에디 슬리먼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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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랑의 캠페인 모델은 곧 '매우 쿨한 아티스트'란 고정관념으로 다가왔다. 에디 슬리먼이 지휘하던 생로랑의 전성기인 2015년도의 캠페인 모델을 맡을 정도라면 범상치 않은 인물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체 없이 그녀의 앨범을 찾아들었고 지금 대중음악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무드와 가사가 낯섦보다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앨범을 들을 땐 아티스트가 앨범을 작업할 때의 사회 분위기를 바탕으로 들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음악은 아티스트의 삶, 정신과 생각이 묻어있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은 멜로디에 심취해 음악을 듣는 것은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자 음악이 가지고 있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없다.


당시 조니 미첼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온전한 감동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화려한 전성기에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명료함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하고 감동을 받기 위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당시 시대상황과 그녀의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아름다운 멜로디에 숨겨진 그녀의 메시지들을 제대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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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인생은 한마디로 재밌다. 인생은 지긋지긋한 일들에 파묻혀 색깔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조니 미첼의 인생은 이런 지긋지긋한 일들을 뚫고 올라오는 폭죽과 같은 에피소드의 집합체다. 품위 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은 그녀의 가사들이 더욱 공감을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스펙터클한 인생 때문이다. 특히 여러 명곡을 낳은 조니 미첼의 연애담과 전설적인 아티스트인 밥 딜런, 레너드 코언과의 일화는 영화와 같은 에피소드로 꽉 차 있다.


조니 미첼은 특유의 반골 기질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아티스트다. 자아를 확인하기 위해 미술에 발을 들이며 자연스럽게 화가를 꿈꾸던 소녀는 기타를 독학하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가사와 멜로디를 바탕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금발을 휘날리며 미국 대중문화를 휩쓸었다.


보헤미안이었던 그녀는 훗날 보헤미안 이미지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약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포크, 락,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기타, 피아노, 둘시머 등의 다양한 악기를 통해 넘나든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조니 미첼 밖에 없다.


자신을 숨기지 않고 여과 없이 보여주는 앨범은 명반으로 칭송받는 것은 마땅하다. 자신에게 솔직해질수록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요소들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즐거운 곡은 장조로, 슬픈 곡은 단조로 부르는 팝 음악의 관행과는 달리 우리의 인생은 기쁨과 슬픔으로 이분법 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하다. 기쁨과 슬픔의 미묘한 경계에서 진동하는 그녀의 음악은 우리의 인생을 청각화 시키며 삶의 회로에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꾀꼬리와 같은 목소리로 우리의 뇌와 심장을 진동시킨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프로작(항우울증 치료제)에 앞서, 당신이라는 존재가 있었어요.'
- 10대 팬이 조니 미첼에게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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