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안 부러운 공원 뷰 카페를 만든 연결의 힘
창의력. 먼 것보다 가까운 것부터!
토요일 오후. 시내에서 볼일을 마치고, 다음 일정까지 시간을 때워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보통 이럴 때 커피숍에서 가서 카페라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커피숍 가기에는 시간도 애매하고, 커피 값도 아끼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아내가 싸준 커피가 담긴 텀블러가 있었습니다. 저는 텀블러와 노트북을 들고 공원에 가서 글을 써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공원 인근에 주차를 하고,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공원은 여유로웠습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아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책하는 엄마. 의자에서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 산만하지 않고 딱 적당한 인원의 사람들이 여유롭게 공원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일단 분위기는 글을 쓸만했습니다. 그런데 앉을만한 마땅한 의자가 없었습니다. 공원에 흔히 놓여있는 등받이가 없는 일자 의자. 어떤 의자인지 상상이 가시죠? 등받이가 없다 보니 허리를 세우고 노트북을 무릎에 올리니 영 불편했습니다. 등을 기댈 수 있는 의자 하나만 있으면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때 차에 실려있는 캠핑용 의자가 생각났습니다. 접이식 의자라 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등받이까지 있어서 편했습니다. 예쁘기는 해도 오래 앉아있기는 좀 불편한 커피숍 의자보다 훨씬 나았지요. 다시 차로 가서 트렁크에 실려 있던 캠핑 의자를 꺼내왔습니다.
공원 뷰가 예쁘게 보이고, 아직은 따가운 햇볕을 가려지는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내가 싸준 커피가 담긴 텀블러.
차에 실려 있던 캠핑용 의자.
한적한 공원.
이 세 개가 만나 저만의 훌륭한 공원 뷰 커피숍이 탄생했습니다. 남들에게는 이 공원이 여유롭게 걷고, 배드민턴을 치는 공간이었지만 저에게는 어느 커피숍보다 아름다운 뷰를 지닌 야외 커피숍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들었던 황보연 솔트룩스 부사장님의 창의성에 관한 강의가 생각났습니다.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으니, 낯선 것들을 연결해 보라고 했습니다. 연필과 지우개 같은 가까운 것들보다 만년필과 월석과 같은 익숙하지 않은 먼 것들을 연결해 보라고 말입니다.
커피가 담긴 텀블러. 캠핑용 의자. 탁 트인 공원. 저에게는 이 세 개가 만나 훌륭한 야외 공원 뷰 커피숍이 되었습니다. 앞에 세 가지가 그렇게 먼 것들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커피를 마시며 글까지 쓰는 훌륭한 창작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공원 뷰 커피숍에서 얻은 것이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영감입니다. 6개월 된 말티푸 강아지와 산책하는 아이와의 대화. 제 이어폰을 빼게 만든 어느 할아버지의 하모니카 소리, 붉게 물들어가는 이름 모를 어느 나무의 단풍. 평범할 수 있지만 이런 소소한 것들이 영감을 자극합니다.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를 갖춘, 소음으로 들릴 수 있는 음악과 대화 소리로 가득한 커피숍보다 신선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마감시간입니다. 전기 연결이 안 되는 공원이다 보니 노트북 배터리 잔량이 마감시간을 알려줍니다. 지금 이 순간 노트북 배터리 잔량을 체크해보니 1시간 7분이라고 뜹니다. 이 시간 내에는 글을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을 하니 잡생각이 사라지고 온전히 글에 집중하게 됩니다. 노트북이 꺼지면 글을 쓸 수가 없으니, 타이머를 맞춘 것보다 더 강력한 마감효과를 줍니다.
텀블러, 캠핑의자, 공원. 그리고 노트북. 완전히 멀다고는 할 순 없지만 이 것들을 연결해보니 제게는 글 한편을 마무리 짓는 훌륭한 공원 뷰 커피숍이 되었습니다. 연결의 힘으로 저만의 커피숍을 만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먼 것들의 연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의 연결. 물론 이러면 더 훌륭한 창의적 생각이 떠오를 수 있겠지만 우선 가까운 것들의 연결부터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먼 것들을 연결하기만 하는 생각보다 가까운 것들을 연결해서 직접 체험해보는 것 말입니다. 그러면 몸으로 체득한 연결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그 힘이 더 세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