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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냄 May 31. 2024

한 번에 하나씩!

조급함과 불안함을 줄여주는 한 문장

칼퇴만 할 것 같은 공무원.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청 본청은 그렇다 쳐도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면 늘 칼퇴만 할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행정복지센터로 발령받고 일반서무 업무를 맡다 보니 여러 자생단체 관리, 행사 준비, 보고서 작성, 각종 자료 제출 등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심지어 본청에서 일할 때보다 초과근무를 더 많이 한 달도 꽤 됐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오늘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면, 분명히 오늘 내에는 끝나지 못할 만큼의 일들이 빽빽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가득 안고서 정말 급한 일들부터 부랴부랴 처리하고는 했었습니다.  


특히 행사가 몰리는 연말연시에는 단체별로 추진하는 각종 행사와 여러 평가자료 제출 등으로 업무가 과다하게 몰렸습니다.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저 일부터 해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밥은 먹고 있지만 늘 일 걱정 때문에 속은 더부룩했습니다. 제출기한이 지나버린 자료 제출 건들은 불안감과 압박감을 넘어 죄책감까지 갖게 했습니다.


잠을 자다가도 불안한 마음에 잠을 깨기 일쑤였고, 가슴이 답답하고 타들어갔습니다. 병원을 가보진 않았지만 이게 공황장애 증상인가 하고 의심이 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정말 힘든 마음에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공무원을 시작하며 일이 많아지자 책 읽기를 멀리 했었습니다. 저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얻어보고자  마음가짐, 자기계발 관련 책을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다 데일 카네기가 쓴 '카네기 행복론'에서 제게 위안이 되어 준 문구를 찾았습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


책에서 든 비유를 소개하면, 일생을 모래시계라고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일생을 모래시계라고 생각해 보라. 모래시계 위에는 무수히 많은 모래가 있다. 그 모래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천천히 중앙의 가늘고 긴 홈을 타고 통과한다. 그러나 한 알 이상을 한꺼번에 통과시키려 한다면 모래시계는 고장 나고 만다.'


'우리는 모래시계와 같다. 우리는 그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사이를 두고 해내지 않는다면,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우리의 육체나 정신도 망가지고 만다.'


'한 번에 한 알의 모래, 한 번에 한 가지 일. 지금도 언제나 일이 밀려서 시간이 없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초조해하지 않는다. '한 번에 한 알의 모래, 한 번에 한 가지 일'이라고 말한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거다 싶었습니다.


내가 일하는 한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일에 임하는 그 한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딱 하나인 것입니다. 그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걱정만 하느라 에너지가 분산되고,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쌓여만 가는 것이었습니다.


불안함, 조급함을 버리고 싶었습니다. 아니, 불안함과 조급함의 원인이 되는 가득 쌓인 일들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 방법은 하나에 온전히 집중해서 한 가지 일을 확실하게 끝내고, 또 다른 일에 집중해서 또 확실하게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불안과 걱정을 없애고 싶어서 행정복지센터로 출근하는 차 안에서 책에서 발견한 그 문장을 되뇌었습니다. 확언처럼 말이죠. 저자의 말을 참고해서 내 스타일대로 덧붙였습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

'한 번에 하나씩!'

'하나하나 차근차근 처리한다!'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불안과 걱정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해서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는 습관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주간 업무 계획 자료 작성을 시작하면 자료 작성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사업 평가 보고서를 제출할 땐 보고서 작성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회의자료를 만들 회의자료 작성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자생단체 행사를 진행할 땐 그 행사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쌓였던 일들이 하나 둘 처리되면서, 어떻게 이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들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업무로 인한 불안과 걱정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해서 하나하나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면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나 갑자기 찾아오는 민원인 때문에 업무 흐름이 끊기곤 합니다. 그래도 원래 하던 일로 다시 돌아갑니다. 흐름이 끊겼던 그 한 가지 일을 확실히 끝내기 위해서죠.


요즘도 과부하가 걸릴 만큼 해야 할 일이 몰릴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말을 되뇌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하나씩!'


불안과 걱정을 없애는 방법.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제게는 불안과 걱정을 가져오는 '해야 할 일들'을 없애는 것입니다. 일이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기에, 일을 없애는 방법은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온전히 하나에 집중에서 하나하나 일을 끝내는 것이 가장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자, 불안과 걱정을 없애는 방법입니다.


과도한 업무로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모래시계를 생각하시면서 같이 되뇌고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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