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하면 뭔가 분위기가 딱딱할 것 같고, 시청에 일하는 공무원조차도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느낌을 받곤 합니다. 심지어 퇴직을 앞둔 과장님 조차도 조심조심 눈치를 살피며 들어오시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지자체의 장을 모시는 곳이다 보니,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기 때문이겠죠.
오늘은 가까이 있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곳! 베일(?)에 싸여있는 시청 비서실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이곳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지자체 규모에 따라 비서실 운영방식은 상이합니다. 조직규모가 크다면 업무를 세분화해서 운영하고, 조직규모가 작다면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비서실장이 수행비서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거죠. 지자체 상황에 따라 다르니, 제 이야기는 참고로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2019년 7월 1일 자로 비서실 발령을 받았습니다. 비서실에는 총 6명의 직원이 근무했습니다. 비서실장 그리고 5명의 비서들이었죠.
비서실장은 비서실을 총괄하며 시장의 정책을 보좌하고 일정을 총괄 관리합니다. 공무원이 직접 비서실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무적인 판단이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외부인이 별정직 직원으로 채용되어 들어오기도 합니다.
일정 담당 비서는 시장의 세부 일정을 수립합니다. 부서별로 추진하는 각종 행사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에서 시장님 참석을 요청하는 각종 행사까지 우선순위를 고려해 일정을 짭니다. 각종 단체 행사부터 간담회, 접견, 언론사 브리핑, 사업현장 시찰 등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단위로 일정이 빽빽하게 차기 일쑤지요. 수시로 일정이 변하기 때문에, 일정을 조율하느라 항상 전화기를 달고 일한답니다.
수행비서는 시장이 일정대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밀착 보좌하는 역할을 합니다. 항상 일정표와 행사 자료를 소지하고 일정에 맞추어 시장을 모시고 다닙니다. 이동 동선을 일일이 챙기고, 수시로 말씀하시는 지시사항을 처리하지요. 항상 시선을 시장에 두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세하게 챙기는 일을 합니다. 수첩과 핸드폰을 항상 달고 다니죠. 시장에게 보고되는 각종 정보를 많이 듣기 때문에 입도 무거워야 합니다.
연설문을 담당하는 비서도 있습니다. 시장의 입을 책임지는 사람이죠. 행사 인사말이나 연설문, 언론사 대담 자료 등을 검토합니다. 담당 부서에서 초안이 올라오는데, 시장의 관심사나 의중, 때에 따른 이슈들을 감안하여 초안을 가다듬는 역할을 한답니다. 시장은 정치인답게 달변가인 분들이 많아서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고는 쓰인 대로 읽지는 않는답니다.
비서실에는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옵니다. 기관장들이 부임인사나 퇴임인사를 오기도 하고, 수많은 단체장들이 인사차 왔다면서 숨겨놨던 애로사항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밖에 기부금 전달식 등 많은 접견 일정이 시장 집무실에서 이루어진답니다. 이때 접견인 관리 비서가 손님을 맞이하고 차를 대접하는 일을 합니다. 손님 수가 많을 땐 다른 비서실 직원도 함께 준비하지요. 비서실의 살림을 도맡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지막 운전 비서가 있습니다. 흔히 1호차가 불리는 시장님 의전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직 직원입니다. 관할 지자체 구석구석을 운전해야 하고, 바쁜 일정 때문에 급박하게 운전해야 할 때가 잦습니다. 그래서 경험 있는 운전직 공무원 중에 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비서실에 직접 상주하지는 않고, 다른 운전직 직원들이 대기하는 사무실을 함께 씁니다.
누군가는 비서실에 일한다고 하면, 뭔가 근사할 것 같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각종 민원전화에서 시달리고, 시장을 만나겠다며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민원인을 달래고 달래며 돌려보내는 일도 비서실 직원의 몫이지요.
비서실 업무의 50%가 민원처리라고 할 정도랍니다. 담당 부서에서 해결이 안 돼서 비서실로 찾아오니, 민원 강도는 얼마나 세겠습니까? 심한 욕설로 마음에 상처를 받을 때도 많습니다. 난동을 피우는 분들 때문에 청원경찰이 자주 올라오기도 합니다.
저는 2019년 7월부터 2022년 1월까지, 6개월은 일정 담당 비서로, 나머지 2년 1개월은 수행비서로 근무했습니다. 2년 7개월 간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비서실은 시장을 모시는 곳이지만, 결국 시민을 모시는 곳이다’라는 것입니다. 일이 깔끔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오히려 민원 최전선에 있는 곳이 바로 비서실이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비서실은 고충을 토로하기 위해 울려대는 벨소리로 씨끄럽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