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그 자체보다 힘들었던 건, ‘설명되지 않는 상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이름을 붙이는 과정

by yoha

묘하게 닮아있던 불안들

돌이켜보면 제가 정말 힘들어했던 건, 눈앞에 닥친 문제 그 자체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강화된 AI 정책 소식을 들었을 때도, 생전 처음 겪는 법적 절차 앞에 섰을 때도, 그리고 퇴사를 고민하며 멈춰 서 있던 순간에도. 상황은 매번 달랐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닮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길을 잃은 두려움이라기보다, 내가 서 있는 곳의 이름조차 알 수 없다는 막막함이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견딜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문제가 분명하고 날카로워졌을 때는 오히려 덜 흔들렸습니다.

해야 할 일이 명확히 보였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그어졌으며, 최소한 지금 내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비록 두려울지언정,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는 대략 보였습니다.

진짜 무거움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기준이 없을 때, 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을 때, 그리고 내 상황을 정의할 ‘말’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설명되지 않은 시간의 무게

그 시간은 뚜렷한 실패보다 더 무겁게 저를 눌렀습니다.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아무 의미 없이 멈춰 있는 건 아닌지.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설명되지 않는 빈 공간을 스스로 자책으로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는 ‘해결책’을 찾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태를 설명해 줄 ‘한 문장’을 찾고 있었다는 걸요.



‘지금은 기다리는 단계다.’ ‘말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 한 줄의 정의가 생기면, 상황은 그대로여도 마음은 거짓말처럼 덜 흔들렸습니다.


마치며

이 연재는 정답을 정리해서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설명되지 않았던 그 모호한 시간을, 서툴게나마 제 언어로 설명해 보려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겪고 있지만, 그것을 정확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신가요? 어쩌면 그것은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그 상황에 알맞은 문장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문장을, 이제 조금씩 찾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