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못 내린 게 아니라, 아직 ‘말’이 없었다

선택을 망설이는 시간의 진짜 의미

by yoha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오해

"왜 이렇게 확신이 없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퇴사를 고민할 때도,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망설일 때도 저는 늘 그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질문을 가장 뼈아프게, 그리고 가장 많이 던진 건 저 자신이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무엇을 선택하든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남는 선택지도, 떠나는 선택지도 모두 어딘가 설명되지 않은 찝찝함으로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남들에게 결정을 미루는 사람처럼 보였고, 스스로도 '나는 우유부단한 사람인가'라고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

결정을 못 내린 게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제 상태를 설명할 적확한 '말'이 아직 없었던 것입니다.

왜 떠나고 싶은지, 왜 남고 싶은지. 무엇이 두려운지, 또 무엇이 아쉬운지. 이 복잡한 감정들이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채 무작정 ‘결정’부터 하려고 했기에 체한 듯 답답했던 것입니다.

설명할 말이 없으면 생각은 자꾸 겉돌게 됩니다. 그리고 겉도는 생각 위에서 억지로 내린 선택은 계속해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말이 생기자 선택은 따라왔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확신이 뚝 떨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 안에서 흐릿하던 생각들이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나는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싶은 거구나.”

그 문장이 명확해진 뒤로는 결정이 더 이상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불안은 있었지만, 적어도 제 선택이 저를 배신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나를 이해했으니까요.


마치며

결정을 못 내리고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어쩌면 내 안에서 '말'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그것은 확신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설명이 없는 상태일 뿐입니다.

저는 그 시간을 이제 조금 덜 조급하게 바라보려 합니다. 내 마음을 설명할 말이 생기면, 선택은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와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