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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혜연 Nov 28. 2020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감사함을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는 인간들이 싫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는 소음방지가 잘 되지 않아 옆집 소리가 옆방처럼 잘 들렸다. 그 집에서 내 부모는 창피할 줄도 모르고 소리를 꽥꽥 지르며 싸웠다. 그 바람에 나는 옆집 아줌마를 피해 다녀야 했다. 아줌마는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저 멀리 아줌마의 뒷모습이라도 발견할 때면 일부러 다른 동 주차장을 가로질러 다른 골목길로 느리게 걸었다. 내 부모가 싸우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그 아줌마도 그 소리를 들었다는 게, 그리고 아줌마가 나도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걸 안다는 게 더 비참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남에게 불쌍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 나는 세상 행복한  밝게 웃었다. 친한 친구들에게조차도  꽤나 잘살고 있다는  홍보하기 바빴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어느정도 생겼던 걸로 , 그만한 성과도 있었던  같다.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낸 어느 날, 하필 그런 날, 친구가 오랜만에 잘 지내냐고 안부 톡을 보내왔다. 나는 잘 지낸다고 대답했다. 평소 같았으면 얼마나 잘 지내는지 한참 너스레를 떨었겠지만, 그러기도 귀찮을 만큼 힘든 날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니, 내 인생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아 스스로가 불쌍해졌다. 아무리 나라도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게 싫었지만, 나를 불쌍히 여겨줄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더 불쌍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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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잘 지내냐는 말에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렇게 날이 서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 질문은 나의 불쌍함을 토로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왜 그 기회를 놓쳐버리고 혼자서만 혼자를 이렇게 불쌍해하고 있나,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막상 내 힘든 이야기를 끌어내 놓고 보니, 세상에 얼마나 이보다 힘든 이야기들이 많은데, 말 못 할 정도로 유별하게 힘들어할 것도 없는 일로, 마치 대단한 힘듦이라도 되는 마냥 힘들어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외롭고, 누구나 인간관계가 어렵고, 누구나 돈문제가 있고, 누구나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 법인데, 부부싸움만큼이나 흔한 일을 왜 말하기 창피해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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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난 척하는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요즘 세상에,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사느라 바빠져, 남의 불쌍함에는 관심이 없다. 덕분에 그토록 싫어했던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는 인간들도 사라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쓸쓸해졌다. 이제야 겨우 할 수 있게된 생각이지만, 날 바라보던 옆집 아줌마의 눈빛은 참 따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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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잠시나마 내가 진심으로 불쌍해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본인이 얼마나 불쌍한지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거기에 대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불쌍함에도 애정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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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괴롭혔던 저 잘난 인간도 불쌍해해 해 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니 그 사람이 불쌍해졌다. 그를 불쌍해해 줄 사람이 없을까 봐, 나라도 불쌍해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불쌍한 인간과 닮은 나를 불쌍해해 줄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 오늘은 잘 못 지냈고, 이렇게나 불쌍한 중이니, 좀 불쌍해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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