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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혜연 Mar 16. 2023

비교하지 않는법

그런 건 없습니다

 최근 제테크 모임에서 알게된 언니는 요즘 핫하다는 카페로 나를 데려가 오늘도 신세 한탄을 한다. 나이는 차는데 번듯한 직장도, 남친도, 돈도 없다며 말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겐 8000원짜리 라떼 사진만 보여주고 싶을 뿐, 카페만큼 아름답지 못한 현실적인 고민들은 가벼운 관계인 내게 털어 놓는 게 더 편할터였다. 그런 언니에게 나는 말한다. 비록 지금은 돈이 없지만, 언니가 곧 성공해서 누구보다 큰 부자가 될지 혹시 아냐고. 꽤나 근사한 위로의 말이였다고 생각한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서 동생이 일억을 모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비참한 기분이 든다. 어릴 적부터 비교 대상이였던 동생에게 또 진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곧이어, 카페에서 언니에게 건낸 내 위로는 가식이였다는 걸 깨닫는다.


 그동안 내가 비교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마땅한 대조군이 없었서였다. 나와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흔치 않았고, 덕분에 통계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귀국 후, 한국사회로 돌아오면서 마주한 숫자로 표기되는 적나라한 비교가 내 자존감을 한없이 깍아내렸다.


 흔히들 말한다. 비교는 불행의 지름길이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 노력할수록, 더 되는 게 비교. 오히려 안하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 비교는 위험을 줄이고 최선의 선택을 위한 합리적인 사고법이자 인류의 오랜 생존습관이다. 고로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불가능했다. 어차피 해야할 비교라면, 현명하게 하는 것만이 최선이였다.


 비교는 다양한 감정을 낳는다. 그 중 '우월감'과 '열등감'이 가장 대표적이다. '비교'가 이 둘에게 공평한 사랑을 준 덕에, 이 둘은 늘 붙어다닐 만큼 사이가 좋다. 누구나 '남들도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엄마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던 나를 수많은 '엄친아'들과 비교할 때마다, 나보다 성적이 낮은 친구들을 들먹이며, 그 우월감으로 열등감을 메꿨던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어떠한 이유로 누군가를 무시했다면, 똑같은 이유로 다른 누군가의 앞에서는 열등감이라는 댓가를 치르게 된다. 비교 기준은 '재력' 외에도 '외모' '학벌' '집안' 등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결국엔 비교에서 느끼는 우얼감과 열등감의 총량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다.


  이럴 때, 흔히 작동하는 방어 기제가 '이중 잣대'다. 남한테는 엄격하고 나한테는 관대해져 우월감을 채우거나, 혹은 그 반대로 생각해 열등감을 느끼는 것. 어느 쪽으로든 이중 잣대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왠만큼 머리가 나쁘지 않은 이상 지속적으로 들이밀기 힘들다. 타인을 향해 쏘아올린 비교의 화살은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나에게 쏜 화살도 나를 뚫고 남에게 향한다.


  비교에 대한 다양한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우월감과 열등감에 대한 감정을 알아차라기 힘들때가 있다. 그럴 땐 자아와 타인에 대한 시선을 바꿔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만약 살찐 몸이 수치스럽다면 그건 분명 비만에 대한 혐오감정이 있어서다. 의식적으로는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타인에게는 발현되지 않지만,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잠재하기에 살찐 자신의 몸이 싫어진 것일 확률이 높다.


 이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타인도 존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하다. 타인의 초라한 행색이 괜찮다면 비싼 가방이 없다고 기죽지 않을 것이고, 가방줄이 짧다는 이유로 타인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석사,박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것이고, 가난이 정말 괜찮다면 돈이 없어도 쪽팔리지 않을 테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타인을 사랑해야 하며,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비교도, 그가 낳은 우월감과 열등감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오늘도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나를, 유일무이한 그대들을 사랑하는 날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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