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밖에 모르는 당신, 전역 후에 무엇할래? "

나는 뼛속까지 군인이었다

by 서담

몇 해 전 전역한 선배와 함께 저녁식사를 겸하여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술잔이 몇 번 오고 간 후 선배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 한 대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아! 정말 살기 힘들다. 전역해서 사회에 나와 보니 갈 데가 없어. 딱히 오라는 데도 없고 말이야.”


선배의 고충이 얼마만큼 심각한 것인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조만간 그 선배와 유사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 간 사람이면 누구든 계급에 상관없이 100% 전역을 한다. 지금도 전역하는 군인이 매년 수만 명에 이른다. 적게는 2년부터 많게는 30년까지 다양한 계급을 가진 수많은 인원들은 전역이 임박해 오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취업에 대한 고민 때문에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계급별로 정해져 있는 근속 정년은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기에 평생 현역 복무라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 전역에 대한 근심 걱정은 몇 개월, 길게는 3~5년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 군 생활은 사회 환경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 특수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던 몸과 마음은 다른 환경을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작 사회와 격리되다시피 생활하고 있는 군의 특성상 짧은 기간 동안 의무 복무를 하고 전역하는 병사들마저도 사회에 적응하기까지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직업 군인의 경우에는 적게는 2년부터 많게는 30년이 넘는 기간을 군에서 보내게 된다. 이들이 전역을 하고 사회에 곧바로 적응한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급격하게 변하는 오늘날 사회에서 적응하기란 더더욱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몸담고 있는 군 조직은 당신이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매달 꼬박꼬박 받는 봉급은 평생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시한부인 당신의 전역일에 대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뒤늦게 아무리 화를 내고 후회해 본들 소용이 없다. 사실 군 생활뿐 아니라 다른 직장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는 특별한 대책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고 하는 40~50대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명예퇴직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그 수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40대 무렵에 군 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집안의 가장이라면 능력 없고 고개 숙인 가장으로 전락하기 쉽다. 전역 후 받는 퇴직금과 일부 저축해 놓은 돈으로는 서울에서 전셋집 하나 구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역하기 전날까지도 간절함을 느끼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무감각하다고 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다. 군 복무 시절에는 “계급도 있고 내가 가진 능력에 전문성도 있는데 재취업 그쯤이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생각일 뿐이다. 실제로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전역 후의 사회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물론, 사회에도 군대처럼 계급과 서열이 있고 근무 기간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군 생활과 달리 사회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총만 안 들었을 뿐…….


청년 실업도 문제지만 은퇴자들이 재취업하기 더욱 어렵다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의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를 넘보고 있다. 일선에서는 은퇴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창창하다. 그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가.




전역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군인들이여!

날아가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아니 돌아볼 수 없다. 당신은 군대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새이다. 전역이 코앞이고 미래는 창공처럼 펼쳐져 있다. 전역 후가 축제인지, 숙제인지는 앞날에 대한 비전, 그리고 단호한 결단과 행동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과거 모습에 연연하지 말자고 차돌처럼 단단히 다짐하자. 앞으로 나는 군대밖에 몰랐던 당신이, 군대라는 보호막 없이 생존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줄 것이다. 때로는 친절히, 때로는 냉철하게 지적해 줄 것이다.


군대가 아닌 사회에서, 충성이 아닌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당신에게 이 글이 작은 희망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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