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

착각은 자유

by 서담

“내 계급이 이 정도인데, 사회 나가면 이 정도는 인정해 주지 않겠어? “

“나 정도 수준이면, 사회에서 괜찮은 월급으로 보장되지 않겠어?”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한 사람들의 착각이다. 과거에 나 역시도 이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착각은 자유다. 심각한 것은 자유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있다. 이것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나는 비교적 빨리 깨달았다. 전역 5년 전부터 현실을 더듬더듬 알아갔기 때문이다. 군대는 갓 입대한 일반 사병에 국한시키더라도 정해진 의무 근무 기간을 유지해야 한다, 그들은 최소 18개월을 유지하므로 기간이 짧지만, 직업 군인의 입장으로 들어가면 의무 복무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

그런데 직업 군인의 정년은 근속 정년과 계급에 따른 연령 정년이 적용됨에 따라 타 직업에 비해 직업 보장이 현저하게 낮다. 직업 군인은 피라미드식 계층 구조상 40대 중반이나 50대 초반에 전역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주택 문제, 자녀 교육, 결혼 문제 등 가계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로, 현실에 비춰 봤을 때 전역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된 상황을 고려하여 직업 군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많이 하고 있으나, 정작 직업성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이것이 현실이다.

군 구조의 특성상 정년은 다른 사회 집단과 비교 시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서, 대학 졸업자를 기준으로 소령은 타 직업보다 10~16년, 중령․대령의 경우 공무원에 비해 5년~8년이 이르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나 경찰 공무원 등은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어 있지만 직업 군인의 정년만 짧기 때문에 경제적인 안정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한참 경제활동을 해야 할 40~50대에 전역하게 되어 제2의 인생을 설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재취업률은 불과 30% 내외이며 재취업의 만족도 역시 매우 낮은 실정이다.



육군과 정부에서도 전역 군인의 취업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체계적이고 실질적이지 못한 단편적 지원에만 그치고 있어 최근 심각한 국내․외적 경기 침체와 맞물려 이들의 사회 취업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현재 국방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역 군인의 전직 지원 교육은 전역 2~3년 전에 진로 목표를 설정하며 관련된 자격증을 미리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전역 1년 전에는 기본 교육(2주)을 실시하며, 전역 1년~6개월 전에는 심화 교육을 지원하는 등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하고 있는 우리 군의 전직 교육이 군사, 직무 위주로 되어 있어 취업 전문성 개발을 제한하고 있으며, 교육이 대부분 10일 이하의 단기간으로 운영되고, 심화 교육 역시 전체 43개 과정 중 3개월 이상 실시되는 과정은 11개월에 불과하다. 이것은 전직 교육이 실질적인 취업 전문성을 제고시키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직업 보도 교육을 이수한 간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직업 보도 교육을 통해 취득한 자격증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원이 82.7%이고 교육을 통해 습득한 기술 역시도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인원도 81%나 된다.


이외에도 교육 기간이 너무 짧고 강사진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며, 교육 내용이 실무와 거리가 있어 그마저도 참석이 어렵다는 불만들을 토로한다. 이는 전반적인 전역 군인 취업 지원 제도가 현실성이 결여되고 이질감이 있으며 수시로 변화하는 고용 시장 및 사회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여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을 말한다. 군대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제한적이어서 일반 사회의 직업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국방취업지원센터의 업무 자료에서도 언급했듯이 구인자들의 군 경력자 채용 특성을 보면, 대기업에서는 30세 이하의 젊은 층 채용에는 관심이 있으나, 사회에서는 장기 복무 전역 군인 채용에 크게 신경을 써 주지 않는다. 중소기업에서는 45세 이상의 군 경력자 채용에 일부 관심만 표출하고 있으며, 공기업에서는 채용하는 경우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가장 절실한 것은 전역 군인의 능력 개발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다. 이는 단순히 사회와 연계성이 떨어진 취업 지원 체계가 아닌 민간 직무와 연계될 수 있는 현장 실무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실시해야 한다. 또한 취업 지원을 위한 자격증 취득 연계 교육도 필요하다. 워드프로세스, 정보 검색사처럼 원하지도 않는 단순하고 유명무실한 자격증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 인정할 수 있는 신뢰도가 있는 자격증 취득 및 군에서의 교육과 경력이 민간 기업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NCS와 연계하여 직책별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격증을 표준화하고, 군 복무 중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사회진출 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군내에서만 국한시키지 말고 군에서 직무 전문성을 통해 군 경력을 공인화하고 전역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NCS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입니다.




직업군인은 연금이라는 대책이 있다고 하지만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대부분 당황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무엇을 하면서 사는 것이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것인지가 숙제이며 고민거리가 되었다. 노년기에는 누구에게나 4고(苦)가 밀려온다. 그 첫째가 소득 상실의 고통, 둘째가 질병의 고통, 셋째가 고독의 고통, 넷째가 역할 상실의 고통인데 이는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괴로움이다. 대부분의 직업 군인이 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보면 은퇴 후 삶을 제대로 준비할 틈이 없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