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늘 우리 곁에 계셨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사랑과 희생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주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머니를 하나의 큰 존재로만 생각했다. 어머니는 항상 강인하고,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얼마 전, 어머니의 생신날, 어머니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머니의 생신이 다가오자, 나는 어머니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다. 어머니는 혼자 지내시니, 경제적으로 돈이 제일 실용적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생각 없이 현금을 준비했다. 그런데 아내는 평소 어머니가 외출하실 때 들고 다니시던 낡은 핸드백이 마음에 걸렸는지, 해외 직구까지 해서 새로운 핸드백을 사기로 결심했다. 더불어 어머니가 좋아하실 만한 립스틱과 영양제까지 준비했다.
아내의 이런 정성은 고마웠지만, 나는 연세 드신 어머니께 립스틱이나 핸드백 같은 선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께는 실용적인 것이 더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내의 마음을 존중하며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지켜보기로 했다.
어머니의 생신날, 나와 누님 동생들과 아내는 어머니께 선물을 드렸다.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드린 현금을 받으시고 고마워하셨지만, 아내가 건넨 핸드백과 립스틱을 보시자 어머니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조금 놀라셨다가, 이내 눈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너무나도 기뻐하셨다. 어머니가 선물을 받고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이 오랜만이었다.
생신이 지난 후에도 어머니께서는 아내가 준비한 핸드백과 립스틱, 영양제 선물에 대해 두 번이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하셨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아내는 어떻게 어머니의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았을까?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어머니가 그런 선물을 좋아하실 줄 알았어?" 아내의 대답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머니도 여자란 사실이야
아내의 말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어머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성이며, 자신의 삶과 취향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였다. 어머니도 여성으로서의 삶을 누리고 싶어 하고,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어머니도 여자랍니다. 이 단순한 진리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어머니는 여전히 우리를 위해 희생하시고, 가족을 돌보시는 분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간직하고 계신 분이었다. 어머니는 어쩌면 평생 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셨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께서 자신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후로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어머니도 여전히 아름답고,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더 신경 쓰게 되었고, 어머니께서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의 말은 단순한 진리를 담고 있었지만, 그 진리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머니는 단순히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분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사실. 어머니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존중하고, 어머니가 행복해하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머니의 생신을 통해, 나는 어머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우리 곁에 계시지만, 이제는 그 속에 숨겨진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자부심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삶을 존중하고, 어머니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