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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Jul 31. 2024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관계의 여백과 숨

퇴근하는 길 버스 안에서의 일이다. 중년 여성 두 분이 좁은 버스 안에서 서로 불쾌감을 표현하신다.  더운 날씨에 가까이 다가오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인 듯했다. 잔뜩 찌푸린 모습과 날카로운 음성이 한동안 오고 가면서 버스 안은 순식간에 냉랭한 공기로 가득 찼다.


우리는 종종 서로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하거나, 반대로 너무 멀리 떨어져 관계의 깊이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문고의 소리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 붙어 있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는 줄 간격 때문이다. 거문고의 줄과 같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 한 발짝만 물러서서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의외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각자 독립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게 되어, 나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간격을 유지하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각자의 고유한 관점을 형성하게 된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상대방의 공간을 침범하면, 그 사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게 된다. 이는 곧 갈등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존중하며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서로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상대방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관계를 좀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한 걸음 물러서서 그림을 감상할 때, 전체적인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친구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간격은 필요하다. 연인이나 가족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때로는 그들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 하지만 잠시 떨어져 있으면,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깨닫게 된다. 이는 관계를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직장 내에서도 적절한 간격은 중요하다.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에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권위와 존중이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는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문고의 아름다운 소리가 간격에서 비롯되듯이, 사람 간의 관계도 적절한 간격을 유지할 때 그 진정한 아름다움과 조화가 빛을 발휘하게 된다. 간격을 두는 것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깊고 의미 있게 만드는 길이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말고, 적절한 거리를 두며 서로를 바라보자.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고, 더 깊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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