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은 가을을 닮고, 한낮은 여름 그대로네

이제 그만 양보하렴

by 서담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언제나 바람이다. 아침 공기는 어느새 차분해졌고, 저녁이 되면 가을의 냄새가 서서히 스며든다. 풀숲에서는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이 고요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그들의 소리가 깊은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느껴진다.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을 맞을 때면, 가을이 바로 곁에 와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한낮이 되면 여름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뜨거운 햇살은 마치 아직 자리를 내줄 마음이 없다는 듯 하늘 한가운데서 눈부시게 내리쬔다. 그 열기에 발걸음이 뜸해지고, 나무들은 잎 하나하나를 펼쳐 그늘을 만들어주려 애쓴다. 한낮의 공기는 여름을 그대로 품고 있고, 그 햇살은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를 거부하는 듯하다. 여름은 떠나기 싫어하지만, 아침과 저녁은 조금씩 가을의 자취를 닮아가고 있다.


한낮의 더위가 여전히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나는 문득 여름과 가을이 맞닿은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름은 아직 그 끝자락을 붙잡고 있지만, 가을은 그 빈틈을 타고 조금씩 스며든다. 아침의 선선한 바람과 저녁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가을의 숨결을 느끼고, 낮 동안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 여름의 마지막 흔적을 본다.


계절의 변화는 그렇게 점진적이다. 하루 안에도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고, 시간에 따라 서로의 자리를 나누어 갖는다. 아침저녁은 가을을 닮고, 한낮은 여전히 여름 그대로이다. 여름과 가을이 서로 밀고 당기며 서서히 그 자리를 바꾸어가는 동안, 우리는 그 사이에서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언젠가 여름은 그 뜨거운 기세를 내려놓고 가을에게 완전히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그때가 오면, 우리는 비로소 한낮에도 선선한 바람을 맞이하고, 더 이상 뜨거운 햇살에 눈을 찌푸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여름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애쓸 것이다. 아침저녁이 가을의 모습을 닮아갈수록, 한낮의 여름은 더욱더 빛나고 강렬하게 느껴진다.


"여름아, 이제 그만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렴."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해본다. 계절이 바뀌는 이 순간, 여름의 마지막과 가을의 시작을 동시에 느끼며, 그 경계에서 서성이는 나는 오늘도 그 두 계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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