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삶의 뜨개질

시간이 만드는 가치

by 서담

아내는 손솜씨가 유독 좋은 사람이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배운 적도 없고, 전수받은 기억도 없다. 그저 유심히 보고 ‘이걸 한 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금세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녀의 손을 거친 모든 것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그것이 낡은 옷이든, 오래된 책장이든, 옷장이든, 이불이든 상관없다. 마치 그녀의 손끝에서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모든 물건은 새로이 살아난다. 그리고 그 손끝의 솜씨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바로 뜨개질이다.


아내의 뜨개질은 30년 전, 딸아이가 태어나면서 시작되었다. 모자, 목도리, 장갑, 스웨터 등 가리지 않고 아내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진 그 옷들은 그저 따뜻한 것을 넘어서, 가족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손으로 떠낸 그 실의 무늬마다, 아이들을 위한 아내의 마음이 새겨져 있었다.


며칠 전에는 나를 위해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나는 종종 카드지갑을 가지고 다니면서도 카드를 분실하거나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곤 했다. 그걸 유심히 본 아내는 나를 위해 손수 뜨개질로 카드지갑을 만들어주었다. 돈을 주면 금세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그녀는 몇 시간을 들여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그것을 떠냈다. 그녀가 실을 고르고, 그 실이 하나의 모양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는 것을.


아내가 만드는 모든 작품이 단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삶도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고, 때로는 실수가 있더라도 풀고 다시 뜨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생긴다. 쉽게 얻은 것보다는, 나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꾸준한 실천과 노력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아내가 만든 그 작은 카드지갑처럼, 우리의 삶 역시도 스스로 만들어가야만 비로소 그 무늬가 드러나는 것이다.


나는 아내의 뜨개질을 보며 삶의 본질을 배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과정에서 흘리는 땀이야말로 우리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빠르게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담긴 정성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만드는 가치다.


삶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한 땀 한 땀 엮어가는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결국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시킨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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