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시어머니 사랑법

조용한 울림

by 서담

며칠 전, 추석이 지나고 나서 아내와 관련된 일로 깊은 감동을 받은 순간이 있었다. 아내는 종손며느리로, 어린 나이에 딸아이를 낳고 내가 군 입대를 하던 때,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시댁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첩첩산중의 시골 마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내는 앞으로 겪게 될 시집살이가 얼마나 고된 것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시어머니가 얼마나 기세등등한 여장부일지 꿈에도 몰랐다. 아내는 1년 넘는 시간 동안 어머니의 엄격한 시집살이를 감내해야 했다.


어머니는 열 남자의 몫을 혼자서 해낼 만큼 강한 사람이었고, 그 기세에 눌려 아내는 마음에 많은 상처를 새겼다. 이후로도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니와 아내는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어머니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고, 아내는 선뜻 먼저 전화를 걸지도 못하고, 명절이나 생신 때마저도 내려가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런 아내의 불편함을 알기에, 나는 늘 두 사람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다. 30여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다행히 큰 다툼은 없었지만 아내의 마음속에 자리한 상처는 여전했다.


며칠 전 추석이 지나고 귀경길에 어머니께서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그 전화 속에서 나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치아가 좋지 않아 제대로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아내가 몰래 100만 원을 드리며 틀니를 새로 하시라고 한 것이었다. 아내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어머니는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 감동을 전해주셨다.


나는 그 전화를 받는 순간, 마음속 깊이 무언가가 크게 울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참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오랜 세월 어머니와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살아온 아내가,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이렇게 묵묵히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내의 이러한 사랑법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아내는 어머니에게 늘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녀의 사랑은 조용하고 묵직했다. 힘든 시집살이를 겪었고, 오랜 세월 불편한 감정이 쌓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 비록 그것이 큰 소리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누구보다도 크고 깊었다.


시골에 내려가기 전 아내가 최근 홀로 갱년기를 겪으며 말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질 때, 문득 오랜 시간 홀로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어머니가 떠올라 무언가 위로를 해줄 방법을 찾다가 치아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어쩌면 나는 아내의 시어머니 사랑법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내는 고통 속에서도, 불편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사랑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 어느 것보다도 진실되고 따뜻했다.


아내의 작은 손길이, 그리고 그 손길에 담긴 큰 마음이 어머니를 향해 닿았다. 그 순간, 나는 아내가 얼마나 깊고 넓은 사랑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의 사랑은 말이 필요 없는, 조용한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제 나는 아내의 사랑법을 존경하며,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내가 보여준 그 따뜻한 마음은 우리 가족을 더욱 단단히 묶어주는 힘이 되었고, 나는 그 마음에 깊은 감사와 감동을 느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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