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선택

가치

by 서담


아내와의 인연은 어느덧 35년이란 긴 세월을 넘어섰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순간을 함께했지만, 이제는 처음 만났던 기억조차 희미해져 간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니고, 각자의 길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히 있다. 가끔 나는 문득 이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때의 나, 뚜렷한 미래조차 없던 나를 아내는 왜 선택했을까?


돌아보면, 그 시절 나는 참으로 부족한 것이 많았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고, 변변한 직업도 없이 시골 마을에 살던 젊은이일 뿐이었다. 특별하다고 내세울 만한 것 하나 없이, 그저 평범했던 나. 그런데도 아내는 나를 선택했다. 내가 가진 그 어떤 외적인 것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본 것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무언가였으리라.


아내는 늘 그 이유를 분명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느낄 수 없었던 공경심이 당신에게 있었어. 당신이 어른들을 존경하고, 가족을 아끼는 그 진실한 모습이 나를 끌어당겼지.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가지고 있던 미래를 향한 당당함과 소신.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물질적인 것,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숨겨져 있던 가치를 꿰뚫어 보았던 아내. 그녀는 나의 부족함 너머에 존재하는 가능성과 따뜻한 마음을 보았고, 그로 인해 나를 선택해 준 것이다. 그 선택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잊고 있던 진정한 나 자신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내의 사랑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 깊이는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크고도 강했다.


우리의 성격은 다르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우리 관계를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내는 늘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내가 보지 못했던 길을 비춰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선택에 부응하기 위해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아내가 처음 나를 선택했던 그 '당당함'과 '소신'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지금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내는 단순히 나의 반려자가 아니다. 그녀는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자, 나의 내면을 가장 깊이 이해해 주는 존재다. 그녀가 내 안에서 보았던 그 진실한 가치들, 그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나는 그 가치를 잃지 않으려 오늘도 다짐한다. 아내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녀가 처음 나에게서 발견한 그 따뜻함과 소신을 간직한 채 살아가리라.


"진정한 사랑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은 마음속에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고, 그 진실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아내가 나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 진실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더욱 빛나게 했고, 앞으로도 우리를 단단히 이어 줄 것이다. 나는 아내가 발견한 그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간직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더 깊고 아름답게 써 내려가고 싶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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