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년 두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오랜 친구 모임이 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서로를 맞이한다. 삶의 작은 일들을 나누고,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되새기며 웃고 떠드는 순간들. 그러나 얼마 전, 번개로 만난 자리에서 무심코 오고 간 몇 마디가 한 친구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친구는 그 후 정기 모임에 불참했고, 나는 그 이유를 천천히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함께 성장해 가는 일은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경험한 일들과 각기 다른 마음들이 모여들면서, 우리는 종종 서로를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말이라는 것은 참으로 날카로워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리는 그저 농담으로 던진 말이라 해도, 상대방에게는 그 무게가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친구는 나와의 대화 중에도 털어놓았다. “외롭다”라고 한다. 뒤늦게 친구들 모임에 합류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나는 너의 20대를 몰라서 외롭다."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함께 있었지만, 그 시간의 깊이와 무게는 서로 달랐다. 나의 20대는 나에게 소중한 기억이지만, 그에게는 낯선 세계일 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결코 같은 모습일 수 없다. 친구가 느끼는 외로움은, 아마도 함께 나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리고 우리가 그저 서로를 짐작으로만 이해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그저 오래된 인연 속에서 안주하며 표면만을 스치듯 살아왔다. 이제는 그 겉모습을 벗어내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 할 시간이 아닐까.
그 친구는 그날, 자신의 외로움을 내게 조심스레 내보였다. 그것은 단지 한 사람의 고백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진정으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있는가? 말없이 스쳐 지나가는 작은 오해들이 쌓여가면서, 우리는 서로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진정한 우정은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 속 깊은 곳에 손을 내밀어주는 마음일 것이다. 친구가 외롭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외로움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그 안에서 비로소 서로를 진정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