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버스를 타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점심을 먹으며 숟가락을 내려놓은 찰나에도,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스쳐가는 단어들이 있다. 그 단어들이 나의 마음에 작은 떨림을 일으키면, 나는 멈춰서 그 떨림을 글로 옮긴다. 가방 속에 있던 메모카드, 휴대폰 메모장에, 혹은 그저 마음속에라도 남긴다. 누군가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이, 내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그 느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도 나에게 이 일을 하라고 시킨 적이 없다. 안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겠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보고 듣는 모든 것들에서 떠오르는 단어와 문장들을 붙잡는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그 어떤 것도 이 작은 기쁨을 대신할 수는 없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벅참이 있다. 무언가를 적어 내려갈 때, 나는 마치 내 안에 갇혀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구의 강요도, 대가도 없이 그저 스스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하고 있으면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나를 만족하게 만들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지금 내가 하는 글쓰기다. 떠오르는 문장들을 끄적이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발견하는 시간. 그 시간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른다.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무슨 보상을 기대하고 이러는 거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며 나를 만나고, 그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찾는다.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평화가, 내 삶을 더 빛나게 만든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은 억지로 찾을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 기분 좋아지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 그 순간들을 붙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구의 평가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순간들. 그것이야말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고, 그 길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떠오르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붙잡는다.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찾는 일이자, 내 마음을 세상에 들려주는 일이다. 그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다. 그것이 내 마음이 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내 마음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