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하루의 시작과 끝, 우리 곁을 가장 가까이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다. 출근길 손에 쥔 작은 화면 속에서 알림이 끊임없이 울리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컴퓨터와 나란히 앉아 하루를 보낸다. 바쁜 일상 속, 손길은 습관처럼 또다시 스마트폰을 찾는다. 일과가 더해질수록 더 많은 전자기기가 손에 쥐어지고, 마치 보이지 않는 전자 그물에 걸린 듯 우리 일상은 그 속에서 떠다니고 있는 듯하다.
가끔은 마음속에서 잊고 지낸, 아련한 옛날이 불현듯 떠오른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별문제 없이 충분히 살아가고 있었다. 손끝으로 적은 작은 수첩 속 약속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속 목소리가 주던 따스함, 길을 잃었을 때 낯선 사람에게 물어보던 그 설과 긴장감, 사전 속에서 한 단어씩 찾아가던 그 오랜 탐구의 시간들. 그 모든 것이 지금보다 불편했을지 모르지만, 그 시간 속에서 우리 삶은 더 깊고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 하나가 없어진다면 우리의 하루는 갑자기 흔들리고,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도, 오늘의 해야 할 일들도, 나와 세상을 이어주던 모든 것들이 마치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작은 화면 속에서 우리의 자유와 평온을 내어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집으로 돌아가 잠시 쉬는 시간, 스마트폰을 꺼두고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는 순간을. 손에서 작은 기기를 내려놓고, 나를 둘러싼 작은 세계에 시선을 돌려 보는 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 저 멀리 밤하늘에 걸린 별빛의 은은함, 주변에 흐르는 잔잔한 공기의 소리. 그런 것들을 오롯이 느끼며, 비로소 디지털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아주 잠깐의 평온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잠시 꺼둬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삶이 진정 아름다워지는 순간들은 화면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가 놓친 순간들 속에서, 우리와 세상이 마주하는 그 찰나에 존재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이다. 잠시 멈춰 서서 그 속삭임을 들어보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