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캐는 광부 Nov 07. 2024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세상의 찰나


어느새 하루의 시작과 끝, 우리 곁을 가장 가까이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다. 출근길 손에 쥔 작은 화면 속에서 알림이 끊임없이 울리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컴퓨터와 나란히 앉아 하루를 보낸다. 바쁜 일상 속, 손길은 습관처럼 또다시 스마트폰을 찾는다. 일과가 더해질수록 더 많은 전자기기가 손에 쥐어지고, 마치 보이지 않는 전자 그물에 걸린 듯 우리 일상은 그 속에서 떠다니고 있는 듯하다.


가끔은 마음속에서 잊고 지낸, 아련한 옛날이 불현듯 떠오른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별문제 없이 충분히 살아가고 있었다. 손끝으로 적은 작은 수첩 속 약속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속 목소리가 주던 따스함, 길을 잃었을 때 낯선 사람에게 물어보던 그 설과 긴장감, 사전 속에서 한 단어씩 찾아가던 그 오랜 탐구의 시간들. 그 모든 것이 지금보다 불편했을지 모르지만, 그 시간 속에서 우리 삶은 더 깊고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 하나가 없어진다면 우리의 하루는 갑자기 흔들리고,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도, 오늘의 해야 할 일들도, 나와 세상을 이어주던 모든 것들이 마치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작은 화면 속에서 우리의 자유와 평온을 내어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집으로 돌아가 잠시 쉬는 시간, 스마트폰을 꺼두고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는 순간을. 손에서 작은 기기를 내려놓고, 나를 둘러싼 작은 세계에 시선을 돌려 보는 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 저 멀리 밤하늘에 걸린 별빛의 은은함, 주변에 흐르는 잔잔한 공기의 소리. 그런 것들을 오롯이 느끼며, 비로소 디지털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아주 잠깐의 평온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잠시 꺼둬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삶이 진정 아름다워지는 순간들은 화면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가 놓친 순간들 속에서, 우리와 세상이 마주하는 그 찰나에 존재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이다. 잠시 멈춰 서서 그 속삭임을 들어보면 어떨지.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