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하루
가끔은 아무 일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마음이 그렇게, 조용히 맑아질 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음은 무거웠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짐처럼 얹혀 있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피로하게 다가왔다. 해야 할 일들임에도 힘이 나지 않았고, 스스로를 어르고 다독이기도 벅찬 날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왔다. 몸의 피로가 가라앉고, 마음의 쓸쓸함이 잦아들자, 세상이 전혀 다른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도심을 달리는 차들의 소리는 더 이상 소음이 아니다. 그 속엔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이들의 힘찬 에너지가 느껴졌고, 그 리듬이 생동감 있게 들려왔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온화하고 따뜻한 빛이 묻어났다.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마음의 구름을 조금은 걷어낸 걸까.
어제 하루 내 비가 내린 뒤라서일까. 집 앞 우면산 숲길의 공기는 유난히 맑았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반짝이는 물방울을 머금고 있었고, 그 사이로 새들의 지저귐이 더욱 또렷이 하모니가 되어 울려 퍼졌다.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특별히 따뜻하게 느껴졌고, 그 빛 아래서 나 역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이 가벼웠다.
문득 깨달았다. 세상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오래된 말이, 오늘따라 진실로 다가왔다. 마음이 맑아지니, 세상도 맑아졌고, 마음이 따뜻하니, 모든 것이 내게 따뜻하게 안겨왔다.
삶은 완벽할 수 없지만, 마음만은 매일 새로울 수 있다. 그러니 때로는 바깥의 소란보다 내 안의 고요를 더 귀 기울여야 한다. 그 고요 속에서 다시, 작은 것들에 감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
휴일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낸다.
한 줄 생각 : 마음이 맑은 날엔, 세상의 모든 소리와 빛이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