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들여다보는 마음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
겨울이 오면 세상은 느리게 흘러간다. 바람은 차갑게 불어오고 나무들은 앙상하게 옷을 벗는다. 사람들의 걸음은 한껏 조심스러워지고, 하늘도 흐릿한 회색빛으로 덧칠된다. 이 차가운 계절이 몸을 웅크리게 만들지만, 이상하게도 내 생각과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깊어지곤 한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지기에,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겨울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하는 계절이다.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나의 겨울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시간의 경계를 넘기듯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삶을 정리하고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나는 묻는다. “지금까지 나의 색깔은 얼마나 선명했는가. 나만의 결은 여전히 나를 닮아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마다 내 안에 작은 떨림이 피어난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그 감정은 마치 처음 연필을 들어 백지 위에 선을 그릴 때 느끼는 긴장감과 닮아 있다.
나의 삶은 아직 미완성인 그림처럼 보인다. 때로는 덧칠을 하고 때로는 지우개로 지우며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선이 비뚤어지고, 나의 색이 엉성하게 묻어날지라도 그것이 나를 이루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 흔적은 나의 시간이고, 나의 이야기이며, 나만의 결로 채워진 삶의 한 조각이다.
겨울은 어쩌면 그런 삶의 결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울나무는 그 속에서 봄을 준비하고, 땅은 뿌리 깊숙이 생명을 품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일어나는 계절, 그래서 겨울은 가장 고요하지만 가장 치열한 시간이다. 나 역시 이 계절에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나의 길인가, 나의 삶은 나만의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는가.
겨울이 주는 이 고요함 속에서 나를 돌아본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우리는 늘 무엇인가에 쫓기듯 살아가지만, 이 계절만큼은 나에게 쉼표를 허락한다. 그 쉼표 위에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스케치해 본다.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욕심보다도, 더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품는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의 삶이지만, 내가 나의 속도로 나만의 색을 채워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이 겨울을 통해 배운다. 삶은 서둘러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려나가는 것임을. 실수로 엉뚱한 선을 긋더라도 다시 그리면 된다. 그림은 나만의 것이기에, 그것은 누구의 기준에도 맞출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내 손으로 나의 결을 찾아가며 나의 스케치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겨울은 지나가겠지만, 그 계절에 나를 되돌아본 시간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스케치를 이어가고, 나만의 색깔을 지켜낸다. 차가운 바람에도 결코 꺼지지 않는 마음의 불씨를 품으며, 나의 봄을 준비한다.
겨울은 모든 것을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가장 큰 성장이 시작된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고요한 시간은 나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