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국민
장교들은 임관과 동시에 손가락에 출신별 반지를 끼운다. 그 반지는 단지 장식품이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가치를 상징한다. 정열과 용기를 뜻하는 빨간색 루비, 행운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초록색 에메랄드, 청순함과 성실을 담은 푸른색 사파이어, 성실과 평화를 나타내는 보라색 자수정까지, 색깔과 보석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장교들이 마음속에 품는 하나의 공통된 신념은 있다. 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과 충성의 초심이다.
이런 다양성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각자 자신이 지닌 자부심을 표현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다름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다양성이 군인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인 충성의 본질까지 다르게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
과거 대한민국 군의 역사는 이 '충성의 색깔'이 다를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 이미 증명해 왔다. 특정 출신이나 특정 조직,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잘못된 충성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향한 배신으로 이어졌고, 군대는 물론 대한민국 자체가 깊은 상처를 입는 결과를 가져왔다.
가장 최근 일어난 12.3 내란 사건 또한 군 내에서 충성의 대상이 서로 달랐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국가와 국민이 아닌 개인적 이익과 권력을 위해 군대를 이용하려 했던 이들의 충성은 이미 본질적으로 잘못된 충성이었다. 군대는 본래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출신과 상징의 다양성은 아름답다. 하지만 군인의 충성만큼은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단 하나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명예와 헌신의 색, 군인이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다. 다양한 색깔과 의미를 가진 반지를 끼우더라도, 모든 장교들의 마음속 충성만큼은 절대적으로 하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군인의 충성에 여러 색깔은 없다. 그것은 단 하나, 오직 국가와 국민의 색깔이어야 한다. 모든 군인이 이 진리를 마음 깊이 새길 때 대한민국 군대는 비로소 진정한 강군이 될 수 있다.
"군인의 반지는 다를지라도 충성의 색깔은 결코 달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