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
가끔 아주 엉뚱한 생각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뜬금없다고 느껴질 만큼 지금과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상념 하나가 문득 머리를 스친다. 어떤 건 오래전 놓아버린 꿈이고, 어떤 건 언젠가 미루어둔 일, 혹은 전혀 해보지 않은 생소한 상상이다.
예전엔 그런 생각이 들면 금세 흘려보내곤 했다. "별생각이 다 드네" 하고 웃어넘기거나, "이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스스로 선을 그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지금, 하필 이 타이밍에 이 생각이 난 걸까?
잠시 멈춰 그 이유를 되짚어 보면, 그건 결코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오래전 내가 한 번쯤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 지나치듯 바라봤지만 그때 조금은 머물렀던 관심. 혹은 어떤 감정의 끝에 슬쩍 얹혀 있었던,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욕망.
그렇게 생각의 조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같이 이유 없는 건 없었다. 나의 무의식이, 내 안의 나머지가 지금 이 시점에 다시 말을 거는 거다. "이거,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볼래?" 그렇게 마음을 들춰보다 보면, 그것들은 한때 내가 원했던 것이었고, 망설였던 것이었고, 결국엔 살아가며 나를 만든 작은 출발점이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들,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삶도 처음엔 그런 ‘문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다 그랬다. 아무 의도 없이 흘러나온 듯 보였지만, 그건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나, 어느 시점에서 간절히 바랐던 것이었고, 지금은 행동으로 옮긴 결과였다.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을 흘려보낸다. 하지만 그 조각들을 조금만 더 품고 들여다보면, 거기엔 ‘나’가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꿈꿨던 나, 망설였던 나, 가능성을 두드리던 나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 아무리 엉뚱한 생각이라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이건 왜 떠오른 걸까? 무슨 신호를 보내는 걸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잠시라도 마음이 흔들렸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지금 내 삶의 갈림길일 수도, 다음 계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건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때로 말도 안 되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엉뚱함을 놓치지 않은 사람만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조금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어떤 생각 하나가 나를 불러 세운다. 그것이 곧, 내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 줄 생각 : 문득 떠오른 생각은 단순한 망상이 아니다. 그것은 잠시 멈췄던 꿈의 또 다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