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조금 더 나은 나

by 서담


몸은 정직하다. 내가 먹은 음식이 곧 나의 몸을 만든다. 단지 입에 남는 맛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음식은 먹고 나서야 진짜 말을 건넨다. 속이 더부룩한지, 잠이 편안한지, 아침에 눈이 가볍게 떠지는지, 체중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결국 모든 대답은 몸에서 온다.


그래서 요즘은 맛있는 음식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게 된다. 순간의 임팩트 있는 자극성보다 다음날의 컨디션을 생각하게 되고, 짜고 달고 기름진 것보단 은근하게 담백한 것이 좋아진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든다.


정신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빚어낸다. 어떤 뉴스를 보며 분노하는지, 어떤 말을 들으며 벅찬 감동을 느끼는지, 또 어떤 이야기에 가슴이 울리는지. 그 모든 것이 나를 다듬고, 나를 구성한다.


말 한마디를 하기 전, 나는 잠깐 멈춰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도움이 되진 못하더라도 불편하게 만들진 말자. 그렇게 말은 줄고, 대신 침묵과 경청이 늘었다. 조용히 듣는 태도 속에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더 깊어진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도 예전엔 거창한 선의의 행동으로만 여겼다. 지금은 그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해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인사말 하나 건네기, 문 열어주는 손길 하나,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한마디. 이런 작은 친절이 결국 세상을 따뜻하게 바꾼다.


예전엔 나이 드는 게 마냥 두렵기도 했다. 무언가를 잃어가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익어간다’는 표현이 참 좋다. 늙고 나이 먹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겉모습은 조금씩 변화하지만, 마음 안쪽은 점점 단단해지고, 더 넓어지고, 더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살아간다는 건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은 나로 바뀌는 것’ 임을 느낀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면 충분하다.


아직도 나는 자주 흔들리고, 여전히 실수하고, 가끔은 게으르고 나태하기도 하다. 하지만 매번 스스로를 다잡는다. ‘조금 더 괜찮은 나’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반성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건강한 음식을 고르고, 조용히 생각을 다듬으며,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나라는 사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익히기 위한 작은 실천들. 그 작은 쌓임이 결국 삶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나를 만든다.


한 줄 생각 : 몸은 내가 먹는 것으로, 마음은 내가 살아내는 것으로 익는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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