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중심, 내 신념
아침 산책길, 나무 데크 위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나뭇가지와 잎사귀들. 어제 밤새 비가 내렸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떨어져 있을 줄은 몰랐다. 유독 짙은 초록 잎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방금까지도 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을 것만 같은 생생함. 그런데 지금은 조용히 바닥에 누워 있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문득 발을 멈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물어봤다.
“왜 이렇게 떨어져 있니?”
나뭇잎은 대답한다.
“비와 바람이 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비와 바람에게 되묻는다.
“왜 이렇게 많은 걸 떨어뜨렸니?”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세게 불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냥 떨어지더라구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살다 보면 그렇다. 누가 꼭 세게 흔들지 않아도, 내 안이 약해져 있으면 작은 말 한마디, 스치는 시선 하나에도 툭, 하고 무너질 때가 있다. 외부의 힘보다 더 큰 건 내 안의 불안함, 준비되지 않은 마음이다.
그 잎사귀들이나 가지들처럼, 우리도 삶의 어떤 순간에선 떨어질 수밖에 없을 만큼 지쳐있기도 하다. 마치 큰 이유가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저 조용히 오래 흔들려왔던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왜 떨어졌는가에만 머물지 않는 것이다. 더 깊은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왜 그렇게 쉽게 흔들렸을까?”
“그 말에, 그 표정에, 왜 그렇게 상처받았을까?”
세상의 말과 바람은 멈출 수 없다. 누군가는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누군가는 무심코 한 말에 나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 결국 나를 지키는 건 내 중심, 내 신념이다. 단단한 뿌리를 가진 나무는 바람에 휘어도 꺾이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강하게 맞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단단한 마음으로 서 있었는지가 남는다.
때로는 내 선택이 틀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나 혼자 멈춰 서거나 돌아가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 순간에도 스스로의 마음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흔들림이 아니다. 고요한 신념이다.
누군가가 던진 말 한마디가 내 하루를 흐려놓을 때, 나는 조용히 되뇐다.
“그건 그의 바람이지, 내 뿌리가 아니야.”
오늘 떨어진 잎사귀들이 말해준다.
“우린 준비되지 않아서 떨어졌지만, 너는 달라. 너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
그래서 다시 걷는다. 조심스레, 그러나 중심을 지키며. 오늘의 비바람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한 줄 생각 : 바람은 언제든 불지만, 뿌리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