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
가끔은 너무 많은 것이 동시에 나를 지나간다. 해야 할 일, 해야 할 말, 해야 할 표정. ‘나’라는 존재가 마치 어디에도 없는 듯 느껴질 때,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걷는다. 조용한 길을 걷거나, 말없이 책장을 넘기거나, 차 한 잔 앞에 앉아 바라보는 나. 그런 순간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진짜 나에게 닿는다.
예전엔 조용한 시간을 불안해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았고, 말을 하지 않으면 잊힐까 두려웠고, 늘 바쁘지 않으면 내가 하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바빴다. 빼곡한 일정, 넘치는 만남, 소란한 일상 속에 나를 잊은 채 살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나를 너무 방치하고 있었구나. 세상에 맞추고, 관계에 맞추고,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정작 내 마음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걸.
그래서 멈췄다. 조금 느리게, 조금 덜 바쁘게, 조금 덜 채우며 살기로 했다. 남들이 달려갈 때, 나는 걸었다. 남들이 소리 낼 때,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기로 했다.
그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달라졌다. 외로움이 아니었다. 고독도, 고립도 아니었다. 그건 ‘온전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비로소 나의 숨결이 들리고, 나의 생각이 선명해지고, 나의 감정이 내 안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바쁘다. 하지만 다르다. 내가 진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시간을 쓴다. 마음을 소모하지 않고, 생각을 흩뜨리지 않고, 나에게 진실한 일에 집중하려 한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조급해하지 않는 내가 되었다는 것.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누구를 따라가지도 않고, 나의 속도로, 나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살면서 한 번쯤은 진짜 나와 깊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말과 행동과 마음이 하나인 채로. 나의 말이 나의 생각과 같고, 나의 생각이 나의 감정과 연결되고, 그 모든 것이 거짓 없이 하나로 이어질 때, 비로소 나는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어느 날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요즘 당신, 예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아서 그래.”
그 말은 내 마음의 진심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외부의 인정도 오래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기보다 먼저 내가 나를 알아봐 주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요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조용하고 깊고, 조금은 쓸쓸하지만 분명히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시간. 그런 나 자신이, 은근히 맘에 든다.
한 줄 생각 : 진짜 나와 연결되는 시간은, 세상과 가장 멀리 있지만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