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버튼 끄기
요즘 따라 세상이 빠르게 달려간다. 새벽이 오기 전에 하루가 시작되고, 점심을 마치기도 전에 퇴근을 걱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늘 뭔가에 쫓기는 듯 분주하고, 나 역시 그 흐름에 억지로 발을 맞추려다 자주 지쳐버린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느린 건 아닐까? 이 나이에 이 정도면 괜찮은 걸까? 스마트폰 화면 속, 누군가는 해외로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운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반짝이는 성취와 속도감 있는 일상들이 나를 조용히 압박한다. 그래, 인정하자. 조금 조급해진다.
그러나 이내 나는 마음속 ‘비교 버튼’을 꾹 눌러 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한다.
“괜찮아, 나는 나의 보폭으로 가는 중이야.”
눈은 전처럼 밝지 않지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좋아하는 문장을 찾아 밑줄을 긋고, 천천히 다시 읽는 그 순간이 좋다. 짧은 글 속에서도 나를 위로하는 문장을 발견하고, 그 작은 깨달음에 마음이 환해진다. 젊은 날처럼 한 번에 수십 페이지를 읽을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는 한 문장, 한 단어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때 다쳤던 다리는 여전히 계단에서 조금 느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걷는다. 숲길을 걸으며 바람을 맞고, 흙냄새를 맡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내 다리가 허락하는 한 그 시간을 만끽한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걷는 이 발걸음이 내 삶을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은 늘 말한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많이.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더 빨리'가 아니라 '더 깊게'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숨이 차면 잠시 멈춘다. 주변을 둘러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손등에 닿는 바람의 온도를 느낀다. 그렇게 나를 기다려주는 자연, 한 걸음 늦어도 괜찮다 말해주는 이 길 위에서 나는 나를 다잡는다.
삶에는 정해진 속도가 없다. 누군가는 질주해야 살 것 같고, 누군가는 조용히 발을 뗀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우리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남의 속도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내 삶의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하다.
내가 잠시 멈췄을 때, 세상은 여전히 분주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더 나를 또렷이 보았다.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 내 몸이 허락하는 길,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다정한 한마디.
“너 잘하고 있어. 지금 이 속도로도 충분히 괜찮아.”
그렇게 하루를 살아낸다. 거창한 성취는 없더라도, 나를 지키며 나답게 살아가는 하루. 오늘도 그걸로 충분하다.
한 줄 생각 : 잠시 멈춰야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