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라는 약은 복용하지 않기로 했다

작은 용기들의 힘

by 서담


“만약 10년만 젊었더라면…”

“돈만 조금 더 있었더라면…”

“시간만 조금 넉넉했더라면…”


이런 말들을 우리는 무심코 뱉는다. 현실을 회피하려는 핑계로, 용기를 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위로로, 혹은 책임을 잠시 유예하려는 무언의 도피처로. 그렇게 "만약"이라는 이름의 약은 너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습관처럼 복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아니, 이제는 입에도 대지 않기로 했다. "만약"이란 말 뒤에는 늘 아쉬움이 묻어 있다. 후회가 따라온다. 그리고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그 자리에 묶어두는 보이지 않는 줄이 된다.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하게, 지금 이 순간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


살다 보면 늘 준비가 완벽할 수는 없다. 항상 시기적절한 기회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준비가 안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고, 마음이 동했기에 덜컥 행동부터 해버릴 때도 있다.


나는 그런 순간들이 좋다. 어딘가 어설프고, 때로는 미련하고, 결과는 실패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 시도에는 생동감이 담겨 있다. ‘해볼 수 있다’는 믿음과 ‘그래도 내가 움직였다’는 확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만약에…”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 순간 ‘했더라면’이 아니라 ‘했었다’는 기억 하나가 지금의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를.


어느 날, 낯선 강연에 홀린 듯 참석했던 적이 있다. 어쩌면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고 들어간 그곳에서 뜻밖의 문장을 들었다.


“해보기 전까지는 그 일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그날 이후, 나는‘만약’이라는 조건 대신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을 품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어떤 일은 끝까지 해낼 수 있고, 어떤 일은 도중에 그만두게 되고, 또 어떤 일은 애초에 해서는 안 됐던 일임을 알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모든 판단이 실제 행동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다. 망설이기만 해서는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움직이면 일단 한 걸음을 뗀다. 부족하더라도, 조금 어설퍼도, 틀려도 괜찮다.


그 발걸음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는, 과거의 작은 용기들이 쌓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나는 안다. 완벽한 준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다린다고 모든 것이 내게 맞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주저하지 않는다.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이 꿈틀거리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출발선이라 믿는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계획이 미흡하고, 두려움이 앞서는 날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만약”이라는 말로 나를 감싸진 않는다. 나는 이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 앞에 당당하고 싶다. 실패라면 실패로 받아들이고, 기쁨이라면 기쁨으로 고스란히 누리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쩌면 그 어떤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다. 최선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믿고 걸어가는 그 용기이니까.


한 줄 생각 : 만약이라는 말 대신, 지금이라는 순간에 답을 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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