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남긴 선물

부족이 아닌 가능성

by 서담

나는 삶에서 여러 가지 결핍을 안고 살아왔다. 많이 배우지 못했던 지난날, 마음껏 책 속에 파묻히지 못했던 아쉬움, 언제나 건강하지 못했던 몸의 불편함. 남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나는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했다. 배움의 길을 자유롭게 걷는 이들을, 마음껏 독서를 즐기는 이들을, 활기차게 건강을 누리는 이들을. 그들이 가진 것이 내게는 쉽게 닿지 않는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오래도록 그 부러움 속에 머물지는 않았다. 부러움이 오래되면 그것은 곧 괴로움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내 삶은 그들의 기준에 얽매여 흔들리게 된다. 결핍은 분명 내게 있었지만, 그것을 내 삶의 중심에 두고 원망하지는 않았다. 부러워만 한다면 그것은 욕심이 되고, 욕심은 결국 화가 되어 나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결핍을 외면하거나 부인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자. 지금 당장은 작고 느리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쌓아가면 언젠가 그 자리에 닿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독서를 마음껏 누리지 못한 지난날이 아쉬워 책을 가까이 두기로 했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한 장, 한 줄이라도 읽어보자고. 그 작은 습관은 어느새 나를 달라지게 했다. 배움의 길을 늦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내 삶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결핍에서 비롯된 작은 선택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건강 또한 마찬가지였다. 건강하지 못한 몸은 한계처럼 보였지만, 그 한계가 내게는 귀한 교훈이 되었다. 내 몸의 신호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고, 당연히 여겼던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배우게 되었다. 불편함 속에서 얻게 된 깨달음은, 내가 가진 것을 더 깊이 감사하게 만들었다. 결핍은 불행의 씨앗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의 감각을 키워주는 씨앗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결핍은 나를 움츠러들게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도 한다는 것을. 무엇이 부족한지를 아는 순간, 나는 그것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성장한다. 결핍이 없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일들을, 결핍이 있었기에 시도할 수 있었다. 그 길 끝에서 발견한 건, 결핍을 채운 나의 성취보다도 결핍을 껴안고 살아낸 나의 태도였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가 부족하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결핍을 품고 있다. 중요한 건 결핍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결핍을 어떻게 대하느냐이다. 부러움으로만 바라보면 그것은 상처가 되고,

비교로만 바라보면 그것은 고통이 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시도하며, 노력과 최선을 더한다면, 결핍은 언젠가 성장의 토양이 된다.


나는 오늘도 완전하지 못하다. 여전히 부족함이 있고, 여전히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결핍이야말로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하고, 조금 더 겸손하게 하고, 조금 더 깊게 만든다는 것을. 결핍은 나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넓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이제는 결핍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한다. 그 덕분에 나는 배우고, 노력하고, 성장한다. 결핍은 나의 부족이 아니라, 나의 가능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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