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존중에 대하여
며칠 전 장군 진급발표가 있었다.
한때 우리는 동기라는 이름으로 같은 전장을 걸었다.
같은 새벽에 눈을 뜨고, 같은 긴장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군복의 주름은 비슷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급장은 달라도 책임의 무게는 서로 닮아 있었다.
그 시절의 우리는 치열했고, 무엇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함께 버틴 시간은 말보다 강했고, 그 시간 위에서 우정은 조용히 자라났다.
나는 10년 전 전역을 했다. 군이라는 체계를 떠나 사회로 나와 또 다른 전선을 마주했다. 그 사이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군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 친구는 별 두 개를 달았다. 소장. 말로만 들어도 무게가 느껴지는 자리다. 또 다른 한 친구는 준장 진급 이후 더 이상의 진급 없이 전역을 앞두고 있다. 같은 길에서 출발했지만, 도착한 풍경은 다르다.
사람들은 흔히 장군의 계급장을 화려함으로만 본다. 반짝이는 별, 높아진 호칭, 넓어진 영향력. 그러나 그 별의 빛 뒤에는 설명되지 않는 무게가 있다. 나는 장군이 되어본 적이 없기에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책임의 크기는 계급의 높이와 비례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결정 하나가 조직 전체에 미치는 파장, 말 한마디가 수많은 삶에 남기는 흔적. 그 부담은 화려함으로는 결코 상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진급한 친구에게 축하를 건네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경의를 보낸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이제부터 감당해야 할 책임을 알기 때문이다.
축하는 기쁨의 언어이지만, 그 안에는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가 함께 담겨 있다. 전역을 앞둔 친구에게는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진급이 멈췄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가치나 헌신을 줄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 조직에서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을 끝까지 감당해 냈다는 증거다. 군대는 결과로 평가받는 곳이지만, 삶은 과정으로 남는다. 별의 개수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태도로 시간을 견뎌냈는가 하는 기억이다.
나는 여전히 사회에서 나의 최선을 다한다. 다른 전장을 살고 있지만, 책임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맡은 일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 결과보다 과정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기준. 그것은 군복을 벗었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형태를 바꿔 지금의 삶에 스며들어 있을 뿐이다.
진급한 친구는 전역하는 날까지 장군으로서의 명예와 소임을 다할 것이다. 전역하는 친구는 또 다른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책임을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나의 몫을 살아갈 것이다.
길은 달라졌지만, 서로를 향한 존중은 여전히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한자리에 모일 것이다.
계급도, 직함도 내려놓고 그저 이름으로 서로를 부를 날이 오겠지. 그때는 지난 시간의 무게를 자랑하지도, 아쉬워하지도 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치열했던 시절의 농담, 각자의 선택이 남긴 흔적, 그리고 지금의 삶에 대한 솔직한 감정들.
별은 각자의 하늘에서 빛난다.
어떤 별은 더 높이 떠 있고, 어떤 별은 먼저 지지만, 그 빛이 있었던 시간은 모두 진짜였다. 나는 그 사실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응원한다.
같은 길을 걸었기에,
다른 자리에 서 있어도 우리는
서로의 무게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