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노트북이나 다른 디지털 도구로 글을 쓰는 것이 편리하고 빠르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여전히 손에 쥐는 연필로 글을 쓰는 경험이 특별하다. 노트북의 키보드는 클릭과 타이핑의 속도를 강조하지만, 연필은 마치 마음의 손길이 종이에 닿는 듯한 감성을 선사해 준다.
조금은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노트북과 달리, 연필은 손의 온도를 전달하며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어 준다. 무엇보다 종이 위에 연필이 닿을 때 소리 나는 사각거림이 좋다. 그렇게 연필로 써 내려가는 글씨는 마치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대화하는 듯해 여전히 편안함 마저 준다.
연필로 글을 쓸 때, 글씨의 흐름이 마치 손에서 느껴지는 감성적인 문장과 생생한 마음이 고스란히 종이 위에 그려진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종이와 연필은 마치 고요한 오아시스처럼 손으로 글을 쓰면서 나만의 시간을 찾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이에 담는다.
고르게 맞춰지고 균일한 글씨체를 갖춘 기계에서 제공해 주는 글에 비해,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는 각 글자마다 나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각자의 손길과 압력에 따라 다양한 미적인 효과까지 돋보이는 것이다.
노트북이 시대의 흐름과 편리함을 대표한다면, 연필은 나만의 감성과 색깔을 담아낼 수 있는 작은 마법의 도구라 할 수 있다. 나는 종이와 연필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쓰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간다.
디지털 한 세계의 속도에 지쳐있을 때, 연필로 쓴 글은 마치 나에게 주는 위로와 쉼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