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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에 묻는 국가론

우리는 지금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

by 서담

2400년 전쯤으로의 기나긴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는 내내 문득 21세기 우리 민주사회 시민들의 모습과 기원전의 아테네 인들의 모습이 사뭇 많이 닮아 있음에 적지 않게 놀랐다. 대화에서 거론되는 정의란? 강자들이 갖는 이익, 아무리 노력해도 어차피 강자들을 위한 삶, 세상살이를 한탄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의 느낌마저도...


서양철학의 기원이라 말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들을 제외해서는 서양 철학사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소크라테스는 생존에 있으면서 참된 지식은 글이나 문자가 아닌 대화로써만 가능하다고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고, 그의 제자 플라톤은 스승의 모든 철학사상을 글로 남겼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살아온 환경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 그들은 어떻게 스승과 제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조각가인 아버지와 산파인 어머니사이에 평범한 서민으로 자란 소크라테스, 아테네 유명 귀족 출신으로 태어난 플라톤 하지만 삶과 진리에 대해 알려주는 위대한 스승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것을 위대한 철학 작품으로 옮기게 된다. <국가론> 역시도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지는데 플라톤 자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아테네의 청소년을 타락시키고, 아테네의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고발되어 결국은 독배의 사형을 받는 소크라테스, ‘진리를 사랑하라’라고 말하는 소크라테스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재판을 보며 과감히 정치가의 욕망을 버리고 철학자로서 이상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저작활동을 하였으며 <국가론>도 이 시기에 쓰였다.


플라톤의 저작은 모두 대화형식으로 쓰여 있으며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대화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플라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민주라는 미명아래 무질서와 혼란이 가득한 어수선한 사회를 보며 정의롭지 못한 아테네의 정치체계를 전면적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플라톤의 <국가론>은 전체 10권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1권은 주로 정의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흔히 대화편이라 불리는 2권부터 스승 소크라테스 입을 빌려 플라톤 자신의 철학사상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주요 주제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국가론>에서 말하는 통치자의 모습은 어쩌면 일반사람과는 다른 수도승과도 같은 어릴 적부터 수호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갖추기 위해 엄격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어떠한 사유재산과 가족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동굴에 비유하는데 일반사람들은 동굴 속에서 불에 비친 어떤 존재의 그림자가 실재라고 믿고 살아가지만 수호자는 올바른 교육과 경험, 덕성을 갖춘 참된 실재 즉 이데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큰 이슈로 TV를 통해 연일 계속되는 총선에 대한 후보들의 선정, 출마 등에 대해 과연 앞으로의 이 나라를 이끌어갈 진정한 통치자, 수호자가 과연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사실 국가라는 것과 국민들은 상호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상호보완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와 국민의 관계일 텐데, 현실은 왠지 서로의 불신감으로 얼룩져 씁쓸할 뿐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그러한 이상적인 수호자의 모습과 자질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통치자이기를 바라는 진심을 알았으면 하는 우리의 작은 바람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론>이 지금 시기와는 어쩌면 다른 시기, 시대에, 다른 시각으로 쓰인 것으로 그 한계성은 분명하지만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 이상적인 통치자, 수호자, 이상적인 이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하나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을 대신해 이 나라를 대표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국격을 갖춘 ‘자랑스러운 국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사람 그 통치자들을 바로 우리가 뽑는다는 것을.. 지금보다 조금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길이 아닐지^^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가가 실현되길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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