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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정리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다

by 서담

디딤돌을 찾아가는 딸과 아들의 발걸음은 집을 떠나는 소리였다.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며 떠나간 딸과 아들은 군대를 보내고 난 뒤, 남겨진 집은 한동안 그림자 같은 고요함에 휩싸여 있었다. 아이들이 떠나고 나서야 집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들의 존재와 함께 떠났던 것인지 깨달았다.


대학을 마치고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딸이 살았던 방에 그림을 걸고, 기존의 가구를 배치하는 정도의 간단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집안을 정리하면서 유난히 딸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이들 그림수업을 가르치고 좋아했던 딸아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정리정돈이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


스케치북, 색연필, 그림물감, 함께 여행하고 데이트했던 사진등은 어느새 추억 속에 잠겨 한참을 머물러 있기를 반복했다. 딸과의 함께 담아두었던 바다의 파도소리,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던 카페, 그리고 딸의 웃음소리.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물리적인 무게가 아니라 추억과 감정의 짐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집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일상의 흔적을 정리하고, 그다음에는 함께한 소중한 물건들을 다루었다.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옷장에서 나온 예전 옷가지들, 어릴 때부터 읽고 쓰고 그리던 각종 책과 노트, 필기구들의 흔적을 보며 성장과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적 입었던 작기만 한 옷들, 함께한 여행 사진들. 모두 한때 어린아이였던 때를 고스란히 생각나게 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간직한 이 감성적인 것들이 집안을 채우던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내 마음도 함께 정리해 나갔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구석에 먼지들과 쓸모없어 보이는 잡동사니 같았던 물건들이 의외로 큰 무게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게는 실제로 내 마음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잠시 자리를 비운 아이들의 존재와 이별로부터의 아픔 때문에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부담스럽게 느꼈을 뿐이었다.


정리가 진행될수록 내 마음도 함께 마음의 정리되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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