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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by 서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나 역시도 그중 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독서도중에 느꼈던 살아있는 감동과 기쁨들을 막상 꺼내어 흔적을 남길라 치면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나의 경직된 몸을 보곤 한다. 이내 가졌던 감동과 희열마저도 싸늘하게 식어버리곤 한다.


매번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앉아 굳은 결심을 해보지만 번번이 한 줄을 쓰지 못한 채 멍하니 발만 동동 구를 때가 있다. 글쓰기라는 것이 그만큼 마음속에 자리한 많은 것들을 밖으로 꺼내놓는 지루한 작업인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벽에 부딪혀 한 치 앞도 못 보는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길 같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읽는데서 끝내지 마라. 부디 써라. 그리고 자신을 믿으라.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배우라. 나는 한 달에 노트 하나를 채우는 것으로 내 임무를 다 한다(나는 작품을 쓸 때마다 나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를 항상 새롭게 만든다). 그저 이 노트를 채우면 그만이다. 그것이 내가 정한 나의 글쓰기 훈련법이다. 이것이 나한테만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지 못할 때도 스스로를 심판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튼 자신의 이상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에 몇 안 되지 않는가.”
<본문 중에서>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통제하거나 얽매지 않고 느낌 그대로 생각 나는 대로 글을 쓴다. 아침운동을 한 후 땀에 흠뻑 베인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작은 수첩하나에 지렁이처럼 휘갈기며 쓰기도 한다. 비 내리는 창가를 보며, 눈 내리는 골목길에 우두커니 서서 그저 떠오르는 생각과 느껴지는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써보기도 한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픈 마음 부여잡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냥 펜 가는 대로 써보는 거다. 어느덧 그곳에 몰입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쓰인 글이 명문이든 쓰레기이든 상관없다. 그저 벌거벗은 내 마음의 진실이니까. 어떤 누구의 왜곡됨이 없는 나만의 진실된 마음의 표현이니까.


결코 멋지고 기교 넘치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글귀라 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소리치고 싶다. 날 위로하고 격려해주고 싶다. 어느덧 나를 이끄는 곳은 내가 바라는 곳, 내가 필요한 곳으로 가고 있으니까.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진실되자는 말을 주문하듯 중얼거리는 나를 본다. 그 마음 유지한 채 글을 써내려 간다. 나는 비로소 어떤 생각보다 큰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는 지독히 외로운 것이다. 반면에 나의 영원한 진실된 친구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절대로 나를 버리지 않는다. 내가 쓴 많은 글을 버릴 수는 있어도 글쓰기가 나를 버리는 일은 절대 없다. 결코 잘 쓰는 것에 염려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글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이고 축복이니까.


오늘도 난 글을 읽고 글을 쓴다. 그저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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