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던 2016년 5월부터, 우리 집에는 변함없이 국경일에만 게양하는 태극기가 1년 365일을 펄럭이고 있다. 그 빨간, 푸른색의 바람에 나부끼는 태극기는 마치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외출 후,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창문 앞에 있는 태극기가 부드러운 바람에 스치면서 소리 없이 춤을 추듯 나를 반긴다. 국경일에만 게양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태극기는 마치 우리의 자부심과 결속의 상징이 되었다.
아들은 나와 같은 길을 걷고, 딸 역시도 군인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 가족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편에 애국의 마음이 우리 가족을 한 뜻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은 그런 마음의 이음에서 나온 것이다. 어떤 어려움과 힘듦의 과정이 있더라도 어쩌면 우리는 태극기를 보며 잠시의 굳건한 의지와 힘을 얻을 수 있음이리라.
태극기의 빨간색은 나의 군생활에서의 피와 헌신을, 푸른색은 가족의 화목과 안녕의 바람이다. 우리 가족의 다양한 감정과 노력이 한마음으로 있음을 보여준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일 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꼭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묵묵히 함께 간다.
집 앞 태극기는 햇살이 비추는 날에는 빨간색이 더 돋보이고, 바람이 불 때는 푸르게 물결치듯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 가족의 삶처럼 다채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바람에 스치는 태극기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랑스러운 의지를 갖게 된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것은 우리 가족이 흔들림 없이 서로를 지탱해 나가는 모습과 닮아있다.
지난 군생활과 지금의 나 역시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가장 값진 순간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 값진 순간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우리 집의 펄럭이는 태극기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일 때, 나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그리고 변함없이 우리의 힘찬 삶의 여정이 계속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