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될tobe Sep 10. 2021

어째서 첫 아이가 더 힘든 걸까?


내 나이 29

첫 아이를 출산했다.


임신 때 입덧이 너무 심했고

그때는 입덧약도 없었고

(내가 몰랐던건지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 의사가 그 약을 싫어해서 안 알려줬던 건지..;)

입덧이 잦아들 때 쯤

엄청난 속쓰림으로 양배추즙, 마 등으로 연명하며 배를 부여잡던 나날들이었다.

그리고는 막달 무렵,

퇴근 후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자리를 옮겨 차까지 마시던 그날부터

극심한 치골통이 시작되어

엉거주춤 걸어다녔더랬다.

그리고 16시간 무통 주사 없는 진통 끝에 아이를 낳았다.

첫아이를 품에 안으면 평소 눈물이 많던 나는 눈물을 쏟을 줄 알았지만

나는 진이 빠질 때로 빠져 정신이 반정도 나간 상태였고

눈물은 남편이 흘렸다.


이제 귀여운 아이를 보며 행복하기만 한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 시작이었고,

나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 혼자 아이와 집에 남겨진다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당장 눈에 닥친 현실은 나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나더러 이 작은 생명체를 감당하라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이제 혼자서도 이를 빼는

어린이가 되었다.


3살 터울로 둘째를 낳았는데

둘째 때는 급진통에 응급수술을 거쳐 출산했다.

마취에서 풀려나 보니

산모 팔찌가 아닌 환자 팔찌가 내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간호사와 하얀 천장과 나 뿐인 이 공간이 어디인지도 모른채

두려움이 엄습했다.

"아까 말씀 드렸던 거 기억하시죠?"

"네?"


아기는 호흡이 안좋아서 대학병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갔다고 했다.

이후 무사히 퇴원하여 잘 자라

지금은 애교와 웃음과 엉덩이 춤이 너무 매력적인 귀요미로 살고 있다.


서론이 길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첫째 때는 모든 것이 두려웠는데

첫째 키우다 보니

둘째는 계속 자라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둘을 동시에 돌본 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상당히 빡빡하고

다각도로 고려할 상황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첫째를 키울 때보다 둘째를 키우는 것이 수월한 느낌이 드는 것은,

심적으로 더 여유를 두고 이 순간을 기억하려 애쓰는 것은,


나의 정체성 때문이다.


첫째만 키울 때 나는

그냥 나였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내가 덜컥 엄마로 살아야 하는

엄청난 격동의 변화였다.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운

정체성의 대충돌이었다.


그런데 둘째 때는

나는 이미 엄마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한 명 더 있어도

그를 받아 들 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첫째는 첫째라

나도 첫째를 통해 겪는 경험이

계속 해서 처음이다.


심리적으로 약간 친구같은 첫째와 함께

같이 커가는 엄마가 될 것 같다.


미안하다 엔둥아.;


첫 아이를 낳아 격동의 정체성 변화를 겪는

갓 태어난 엄마들

힘내세요 !


(글 마무리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편안함이 하나하나 모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