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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Jul 07. 2024

어느 주말

어제 일출을 보자고 몇몇에게 연락을 했는데, 오늘 눈이 맑은 젊은 친구들이 다섯이나 나와 동행해 주었다. 산을 오르고 내리며 주고받은 몇 마디 중에 나는 농담을 던졌고 젊은 친구들은 크게 웃었다. 내 유머감각은 시대를 타지 않음을 확인하고 새어 나오는 미소를 얼른 감추느라 혼이 났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주말에 어울리는 통이 큰 옷으로 갈아입고 내가 좋아하는 리클라이너에 앉았다. 바람이 불어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의 크기를 들어보니 곧 비가 세차게 내리려나 싶었다. 잠시 눈을 감으니 오래 지나지 않아 빗방울 소리가 들렸다. 허허. 자연을 관찰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시간이 허투루는 아니었구나 싶었다.


30년도 전에 함평에서 만났던 어른의 가르침대로 나는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 살아왔다.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 지내왔다. 부단히 나는 건너가려 모험했고, 덕분에 나의 이야기는 끊기지 않고 흘러왔다. 나는 그저 그 이야기들을 글로 썼고 그림으로 그렸고 노래로 불렀고 브랜드로 만들었을 뿐인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다.


상쾌하고 후련하고 자유롭다. 기분이 좋다.


2054년 7월 7일, 어느 주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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