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혁이창 Dec 24. 2020

위대해지지 않을 바에는 대충 살고 말 것이다

찬란했던 2020년을 마무리하며

2020년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었다.

내 인생에 가장 빛나고 찬란했던 1년 만을 뽑으라면 주저 없이 나는 2020년을 말할 것이다.


살아오며 어느 한순간도 목표 없이 안일하게 살아온 적은 없었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 목표가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회사를 매각한 후 2019년에서야 멈춰 서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나는 사회가 정해놓은,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성공이라는 기준에 맞추어 살아왔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사업의 성공, 좋은 집, 좋은 차 등 이미 다수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그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에 충실했다. 이에 대한 깊은 생각은 필요치 않았고 티비를 켜고 사람들을 만나면 알 수 있듯, 그렇게 암묵적으로 동의된 성공을 목표로 열심히 살아왔고 어느 정도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예상대로라면, 그 동의된 목표에 충실하고 열심히 산 대가로 나는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해야 했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공허함을 느꼈다. 스물다섯부터 시작한 첫 창업 후, 두 번의 회사 매각이 남긴 나의 삶의 태도는 그동안 만들어 놓은 이 성공을 앞으로 깨지지 않고 유지되도록 조심조심하며 사는 것이었다. 삼 년 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고, 오 년 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으나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편안한 생활,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그런 소박한 행복을 30대의 은퇴를 통해 꿈꾸어왔던 나에게, 다가온 현실은 기대와 너무나도 달랐다. 그 삶에서 나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는 걸 즐기는 나는 친구들 앞에서 다른 가수들을 따라 모창 하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 내 노래를 듣던 친구가 그래서 진짜 너의 목소리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보려 했는데 나도 내 목소리로 부르면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인지가 헷갈렸다. 어떤 게 내 목소리일까. 그러던 하루는 난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봤다. 심지어 그것조차 대답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거울로 본 내 모습은 사회가 좋아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누구라도 신뢰를 가질 수 있게 세팅된 단정한 모습과 옷차림, 말투, 행동 모두 이 마저도 모창처럼 이상적인 누군가를 그려놓고 따라 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처음으로 궁금했다. 나는 누구일까.


2020년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해보는 일들을 주저 없이 시도해 봤다. 그림과 색소폰을 배우고, 요가를 시작했다. 등산을 하고 오프로드를 가고 차박도 해봤다. 전시회를 찾아다니다가 작가들을 모아 전시를 열어보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줘보고 그동안 입었던 옷들도 다 버리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 봤다. 집 인테리어를 바꿔보고 좋아하는 작품들을 수집해 봤다. 다시는 일을 안 하겠다는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새로운 일들을 벌이고 더 큰 꿈을 가지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나를 행복하게 만들 나만의 기준이 무엇인지만 생각하며 지냈다. 하루하루가 설레고 빛났다.


이렇게 찬란하게 빛났던 나의 2020년의 마지막 달이 되자 일 년을 되돌아보며 나는 깨달았다. 엑싯한 이후 어차피 살다 가는 인생, 괜히 고생하지 말고 얌전히 조심히 소박하게 살다가 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진 끝을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처음으로 나만의 기준이 명확해졌다.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과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진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설레고 빛날 수 있도록.


내가 그린 위대한 사람이 되는 여정의 모든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앞으로 이곳에 기록을 남기려 한다.

그 각오를 다지며 써 내려간 나의 첫 브런치 제목은 참 거창하게도 이렇게 남기려고 한다.


위대해지지 않을 바에는 대충 살고 말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