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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Aug 11. 2023

큰 사람이 되는 경로

철학자 최진석

베푸는 일은 선행이다. 선행을 하면, 복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누군가는 목적을 품고 베푼다. 베푸는 행위로 보답이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아무 목적 없이 그냥 베푼다. 말 그대로 “베풀 뿐!”이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사람이 보답을 기대하고 베푸는 사람보다 복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다른 차원의 내적 경험(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보답을 기대하는 것이 기대하지 않는 일보다 더 본능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쉽다. 베풀면서 보답을 기대하지 않으려면, 절제라는 인위적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절제라는 인위적 노력을 하면서 그 사람은 다른 차원의 경험(훈련)을 하게 되어, 내적으로 성장한다. 내적으로 성장하면, 통찰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통찰력을 가지면 적절한 판단으로 적절한 행위를 하게 되고, 적절한 판단으로 적절한 행위를 하면 얻는 이익도 커진다. 베풀더라도 무엇인가 기대를 하고 베푸는 것으로는 내적 성장의 속도를 내기 어렵다. 베풀면서도 아무런 보답을 기대하지 않으면, 성장의 속도가 빨라져서 큰 사람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베푸는 행위를 하더라도 보답을 기대하고 하는 베풂과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하는 베풂이 만든 차이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베푸는 행위 자체가 바로 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베푸는 행위를 자기 내면의 성장에 맞춰서 할 때, 성장한 내면이 거기에 맞게 복을 짓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성장 여부이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은 이렇게 서서히 갈라진다. 


누군가에게 배운 내용을 자기 말처럼 하기도 한다. 자신이 그 말의 내용만큼 큰 사람이란 것을 눈앞에서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습관이 되면, 자신이 내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잃게 된다. 누군가에게 배운 말이라는 것을 밝히려면, 우선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본능적인 욕망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절제하면서 내적인 성장을 하여 큰 사람이 될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려면 우선 삶을 높고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긴 호흡이 필요하단 말이다. 누군가에게 배운 말을 자신의 말처럼 하면, 눈앞에서야 대단해 보일 수 있겠지만, 내면을 키우는 기회를 잃어 큰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자잘한 승리에 만족하는 잔챙이가 될 수밖에 없다. 큰 승리는 꿈꾸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배운 내용임을 밝히면서 말하면, 그것을 가르쳐준 사람과 배운 자신이 함께 올라간다. 함께 올라가야 성장의 외적 영향력도 커진다. 간단하지만,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표절도 이래서 일어난다. 간단히 인용부호만 붙이면, 인용의 대상이 된 사람과 인용하는 사람이 함께 높여지는데, 혼자만 높여지고 싶어서 마치 자기 혼자의 생각인 것처럼 꾸미게 된다. 삶의 호흡이 짧아서 그렇다. 거의 모든 영적 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욕망을 줄이라고 권하는 것은 다 이런 맥락이다. 


과학적 사고 훈련으로 얻게 되는 선물 가운데 하나는 사실(fact)에 근거하지, 자신의 주관적 욕망으로 사실(fact)을 변형하려는 맘 자체를 먹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을 변형하고 싶은 욕망과 사실을 변형하지 않으려는 절제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잔챙이가 되느냐 큰 사람이 되느냐가 결정된다. 적어도 큰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큰 사람이 되는 경로를 따라야 한다. 그것도 오랜 시간을 들여서... 결국 덕(德)의 문제인 것이니....


출처: 철학자 최진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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