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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Jan 06. 2021

대학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2010년 여름

2007년 해군에서 복무하고 제대를 하고 나니, 그때쯤 주변 친구들이 한 번씩 그랬듯 부모님께서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하셔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보스턴으로 향했다. 입대를 하기 전에 한국외대를 1년 마쳤던 나는 어학연수를 6개월 정도 한 후에 미국에 있는 학교로 편입하는 것에 대해서 부모님과 상의 후 미시간주립대로 편입을 했다. 그렇게 2009년 미국에서 첫 학기를 시작했고 편입한 학교는 명문대가 아니었기에 무엇보다 전공이 그 학교에서 탑티어인 전공을 고려하다 보니 회계학과 (accounting)을 선택했다. 생각해보면 회계가 뭔지도 모르고 그 전공을 선택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유학생활은 보통 떠올리는 유학생활과는 많이 달랐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유학을 보내주신 부모님에 대한 자금적인 부담과 영어를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시작한 유학생활로, 나는 한국사람들을 최대한 만나지 않으며 미국인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일 년 반 정도 유학생활을 하다 잠시 방학에 맞춰 2010년 여름에 한국에 들어왔다.


운동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그날도 좋은 날씨에 한강을 뛰고 있었다. 어느 순간 달리기를 하고 있는 내 발바닥과 종아리의 근육, 바람 냄새, 한강 모든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달리다가 집에 돌아가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고 따뜻한 저녁밥을 먹을 생각에 행복해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 집까지 뛰어가면 얼마나 걸릴까. 지도를 켜보니 5km였다. 그대로 달려서 친구를 불러내 같이 음료수를 마셨다. 행복했다.


군대에서 늘 생각했던 제대를 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꼭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선택한 전공도 미국에서 졸업하면 미국으로 가장 취업에 좋은 회계학이었다. 그 마음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미국 친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꿋꿋하게 지낼 수 있었다. 느껴볼 새도 없었지만 나는 외로웠었던 것 같다. 그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앞으로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회계사로 살 내 모습을 그려봤다. 만약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돈을 벌 수 있겠지만, 그 사이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함께 나눌 추억들은 존재하지 않을 터.


지금 느끼는 이 행복에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언젠가가 아니라 오늘 하루 행복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의 끝으로 가보니,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삶을 살고 싶어 졌다. 누군가에게 내 삶을 맡기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취업이 아닌 사업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밤 부모님에게 말씀드렸다.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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