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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Dec 04. 2023

욕망의 날

월요일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욕망이란 단어는 참 불순했다. 이유를 따져본 적이 없지만, 살아오면서 이 단어가 긍정적으로 쓰인 것을 본 적이 없어서이지 않았을까. 내가 원하는 걸 잘 알고 그것을 실제로 한다는 건, 왜인지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기분이 들어 죄책감마저 들곤 했다. 그 단어를 쓰게 되면 뭔가 이기적이고 예의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인지 쉬쉬했던 그 단어를, 나는 함평에서 들었다.


최진석 교수님은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했다. 욕망이라는 것은 내적으로 비밀스럽게 느껴지는 삶의 충동이자 생명력,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유한 자발성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렇기에 욕망은 철저하게 자기만의 것이라고. 그렇기에 바람직한 일을 찾지 말고 바라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그 출발은 자기만의 욕망에서부터라고.


그 단어를 마음에 품고 지내던 어느 날, 나는 구본형 선생님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책을 펼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은 '마음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였다. 저자는 나의 욕망에 앞에 솔직히 서라고 했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을 남의 인생을 살아주다 죽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드러난 나의 욕망 중에 내 묘비명에 새기고 싶을 욕망 하나를 정해보라 했다.



나의 욕망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그 물음에 상쾌한 답을 주지 못하던 어느 날, 성시경 유튜브에 출연한 박진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재산이 2조가 있어도 콘서트에 서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무대를,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하는 내내 표정에서 욕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살아있게 하는 그의 욕망이었다.  



내 욕망은? 내 욕망은? 을 외치다 보니 생일이었다. 내 욕망을 찾지 못한다면 생일이고 뭐고 기분이 날 리가 없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책 두 권, 와인 한 병, 펜과 종이를 챙겨 파라스파라로 향했다. 오롯이 나의 욕망에 대해서만 생각해 볼 수 있는 '욕망 워크숍'을 내 생일 선물로 정했다. 체크인해서 늦은 밤을 지나, 다음 날 동트기 전 루프탑 자쿠지를 지나 체크아웃 시간까지도 끝내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영화 노킹온헤븐스도어 를 다시 꺼내보았지만 내 마음이 설레는 나의 욕망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끝장을 봐야겠다 싶었다. 내 욕망도 모르면서 사는 게 사는 걸까. 일단 하루 워크숍 정도로 찾아질 그런 것이 아니란 정도는 감을 잡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월요일 하루만은 외부의 소음과 자극을 모두 차단하고 오롯이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내보자였다. 핸드폰도 끄고 가만히 있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무 연락도 못오게 하고 해야 할 일을 정해두지 않고 심심하게 24시간을 텅 비워두면 뭐라도 하고 싶은 게 생각이 날 테고, 나의 욕망에 가장 가까운 무엇부터 떠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을 '욕망의 날'이라고 적어 캘린더에 넣었다.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월요일은 핸드폰이 꺼져있을 테니 정말 급한 연락은 이메일로 달라고 했다.

회사에 가서 직원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월요일은 핸드폰이 꺼져있을 테니 정말 급한 연락은 이메일로 달라고 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이 글을 보는 나의 사람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다.

월요일은 핸드폰이 꺼져있을 테니 정말 급한 연락은 이메일로 주시면 된다는. (안 주시는 게 더 좋고)


양해해 주셨으니 나는 그놈을 꼭 찾고야 말겠다.

나의 욕망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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