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혁이창 Dec 04. 2023

나는 오늘도 창조했는가?

헤어디자이너, 화가 이상일

운 좋게도 그의 직업이었던 헤어디자이너 후배들이 같은 시간에 전시를 보러 온 덕분에, 두 시간에 걸쳐 이상일 화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들을 도슨트 하는 시공간에 있었다.


새벽 2시에서 2시 30분경에 매일 일어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기다려져 전날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든다는 그는, 두 시간의 도슨트에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도슨트를 듣고 있던 20, 30대의 미용 후배들은 주저앉아 버렸다. 


균형이 무너질 만큼 예술적인 작품들과 공간이었다. 모든 작품은 너무나도 개인적이었고 그가 아니었다면 표현해 낼 수 없는 그것들이었다. 모든 작품과 공간이 그가 살아온 이야기고 그의 생각이었다. 어떤 순간에는 그의 기쁨과 치열함이 온몸으로 느껴져 전율이 일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직접 도슨트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가 평소보다 한 시간을 더 써서 도슨트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그가 느꼈던 모든 것을 전해주려 눈을 질끈 감아가면서 집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의 욕망과 기쁨이 오롯이 전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한 모든 것이. 그가 상상한 모든 것이. 

현실 속에서 그림으로. 구조물로. 건물로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다.

몇 시간 전에 직접 받았던 뜨거운 영감을 잊고 싶지 않아 식기 전에, 그대로 남긴다.


-

“미술 시간, 학교 뒷동산에 올라 동네 풍경화를 그렸다. 선생님이 나오라고 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 줄 알았는데 손바닥을 내놓으라 하시더라. 회초리로 몇 대 때리면서 ‘하늘이 파랗지 어떻게 붉으냐’고 혼내셨다. 토끼풀을 뜯으면서 보았던, 노을에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이 너무 멋있어서 붉게 칠했던 거다. 교실문을 박차고 뒷동산에 올라가 ‘선생님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울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로는 때릴 일이었다. ‘하늘은 파랗다’고 가르쳤는데 말 안 듣고 붉게 칠했으니.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기에 획일적 기준에서 벗어난 나만의 표현을 하게 됐다.”


"더 잘 그리고 싶은 욕심이 나면 그대로 연필을 내려놓는다. 그 마음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연필을 쥔다"


"가장 솔직하게 느낀 그것을 그대로 그려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린다. 그제야 이 그림은 내 그림이 된다"


"나에게 몰입할 때가 가장 황홀한 시간이다"


"매 순간 느껴지는 행복에 항복하며 희열을 느끼자"


"나는 매일 내게 묻는다. 나는 오늘도 창조했는가?"


평생동안 함께한 고객들의 헤어샘플들로 만들어진 작품
그의 장례식과 태어난 곳

 

매거진의 이전글 기본이 전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