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박사의 적정심리학 서적 <당신이 옳다>를 읽고
지난겨울 친구가 물었다. 삶이 참 고될 때 읽을 만한 책이 있느냐고. 지금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공감의 힘을 말하며 공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지식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느낌과 감정이라고 확언하는 책이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공감에 서툰 사람들이며, 때로는 서로의 마음을 돌볼 줄도 모르는 채 그저 전문가의 소견에 기대고 싶어 한다는 걸 꼬집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보고 들은 사례를 통해 공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읽는 동안 나부터 크게 위로가 됐다. 내가 듣고 싶었던 칭찬, 위로, 사과, 안부가 실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좋아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 노래 가사들이 실은 이러한 공감의 원칙들을 이미 관통하고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책 내용 중 공감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라는 말, 자신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저자가 우리더러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고 내 힘을 온전히 실어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의 마음을 보살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유도 많고 독자에게 말을 걸 듯 다정다감한 어투로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가 밝히듯이 딱딱한 정보나 이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말랑말랑한’ 책이다. 그렇지만 가볍게 여길 만한 책은 아니다. 쉬운 길을 제시하지 않아서다. 저자는 공감을 위해선 ‘다정한 전사’가 돼야 한다고 적었다. 공감을 위해서 걷어내야 할 방해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의 느낌,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를 가로막는 방해물들에는 단호해지는 일. 어렵다. 공감에도 많은 훈련과 단련이 필요해 보인다. 부담 갖지 말고 하나씩 실천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다행스럽게도 저자가 원투 펀치처럼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을 알려줬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하고 물을 것. 그리고 언제든 ‘당신의 마음이 옳다’고 말할 것. 다 같이 공감의 챔피언이 되어 보자.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충조평판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제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고통 속 상황에서 고통을 제거하면 그 상황에 대한 팩트 대부분이 유실된다. 그건 이미 팩트가 아니다. 모르고 하는 말이 도움이 될 리 없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안다고 확신하며 기어이 던지는 말은 비수일 뿐이다.
공감이란 나와 너 사이에 일어나는 교류지만, 계몽은 너는 없고 나만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일방적인 언어다. 나는 모든 걸 알고 있고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들이다. 그래서 계몽과 훈계의 본질은 폭력이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렇다.
공감까지의 길목에는 여러 허들이 있다. 가족이나 타인의 몰이해, 무관심, 비난일 때도 있고 거대한 벽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허들인 경우도 있다. 상처 입은 당사자 자신이 공감의 허들일 때도 많다.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이 무엇이든 그것을 만나면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그렇게 허들을 넘어설 수 있어야 홀가분하게 공감을 경험하고 자유를 얻는다. 그래서 공감자는 ‘다정한 전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