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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May 05. 2020

독보적 미감 에세이 <아무튼, 떡볶이>

요조 에세이 <아무튼, 떡볶이>를 읽고서

한줄평 : 요조는 궁극의 레시피를 알고 있다.

스파링이나 메서드 훈련을 하다 보면 이 정도 간격이면 안 맞겠지 싶었는데 별안간 눈에 별이 보일 때가 있다. 상대와의 거리를 잘못 잡아서 그렇다. 혹은 상대의 주먹이 더 깊고 빠르게 들어왔거나.

가수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 표지 

독서도 마찬가지다. 가끔 내가 예상한 내용과 달라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가 그런 책이다. 읽는 내내 예상치도 못한 문장에 맞고 또 맞았다. 즐겁고 짜릿한 경험의 연속이었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괜찮은 에세이 하나 소개하려고 하나보다. 일상적인 소재에 문체가 많이 다정다감한가 보다.’ 틀렸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웬만한 필력에는 크게 놀라지 않는, 머리 굵은 독자가 됐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튼, 떡볶이>에서 만날 수 있는 요조의 문장은 다른 차원이다.


‘잘 쓴다’를 넘어 어떤 의미에서는 독보적이다. 미감을 다채로운 표현으로 그려낸다는 점이 그렇고,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소재들을 엮어낸다는 점이 그렇다. 무엇보다 유쾌하다. 그래서 볼 때마다 놀랍다.


에세이를, 하다못해 일기를 잘 써보려고 고심해본 사람은 알 거다. 명랑하려고 하면 촐싹거리게 되고 진지해지려 하면 한없이 그늘이 진다. 요조는 궁극의 레시피를 알고 있다.


내가 먹어 본 적 없는 떡볶이와 내가 걸어본 적 없는 길을 묘사하는데 내가 아는 그 맛과 내가 아는 그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조의 문장을,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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